- 현안 외면, '과잉 충성' 누구를 위한 것인가?
최근 서대문구 의회에서 발의되었다가 논란 끝에 철회된 ‘이재명 대통령 생가 복원 및 기념공간 조성 건의안’을 두고 정치권과 지역 사회가 곱지 않은 시선을보내고 있다.
기초의회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근본적으로 되묻게 만드는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과잉 충성'과 '아부성 정치'라는 해묵은 병폐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 선을 넘은 越權의 정치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관할권 밖의 사안을 다루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생가는 경상북도 안동시에 위치한다. 서울 서대문구 의회가 안동 지역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중앙 정부에 예산 집행을 촉구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례적이며 부적절한 월권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기초의회 의원은 서대문구 주민들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으며, 서대문구의 교통, 환경, 복지 등 당면한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산적한 지역 문제와 주민들의 불편은 뒤로한 채,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타 지역의 특정 정치인 기념사업에 '열정'을 쏟는 행위는 지역 주민들에 대한 책무를 외면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건의안을 발의한 측은 "특정 인물에 대한 아부가 아니다"라며, 민주주의 가치 구현과 역사적 공간 조성을 위한 순수한 목적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중앙 정부에 예산 집행까지 촉구하는 행위는 그 어떤 설명으로도 '충성 경쟁'이라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다.
정치가 지도자를 향한 맹목적인 '충성'을 요구할 때, 民意는 실종된다. 지역 정치인이 중앙 권력에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본업'을 잊는 순간, 그 의회는 주민의 대변자가 아닌 권력자의 그림자 역할을 자처하게 된다. 이는 유권자들이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불신하게 만드는 가장 흔한 원인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사태는 기초의원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뼈아픈 질문을 남겼다.
기초의회는 중앙 정치의 출장소나 상부 권력에 대한 '줄 서기' 창구가 아니다. 주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생활 정치의 최전선이다. 논란이 커지자 건의안을 철회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미 정치 불신이라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서대문 구의회는 이제라도 이재명 대통령의 생가가 아닌 서대문구 주민들의 삶과 현안을 향해 시선을 돌려야 한다. 서대문구 주민을 위한 헌신이야말로, 그 어떤 '충성 경쟁'보다 값진 정치적 자산이 될 것임을 새삼 기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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