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도 거절한 한국인들…UN 참전국 후손으로서 감동"
아프리카 유일 지상군 참전 에티오피아…참전용사 조부 인연 한국서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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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출입국외국인청 행사에 참석한 이스라엘 피세하 교수 [부산출입국외국인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에티오피아가 한국전쟁 참전국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택시비나 밥값을 받지 않던 한국 분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던 할아버지를 계기로 한국에 온 에티오피아 국적의 이스라엘 피세하(38) 경성대 글로벌한국학과 교수는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순간을 기억하며 11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13년 강원 화천군이 참전용사 후손을 대상으로 진행한 장학 사업을 통해 입국하면서 한국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의 조국인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유일의 지상군 참전국으로, 당시 최정예 부대라 할 수 있는 황실 근위대 강뉴부대를 파병했다.
이 부대는 첫 교전지였던 화천군 등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전투에 참여했으며 적은 병력으로 가장 눈부신 전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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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있는 에티오피아 기념관 [촬영 이상학]
피세하 교수는 "당시 21살이었던 할아버지는 주로 화천, 춘천 등 강원지역에서 적군과 싸웠는데 이 과정에서 오른손을 다쳐 일본에 가서 치료받았다고 한다"며 "1년가량 한국전쟁에 참여했다가 조국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어렸을 때라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지만, 가족 모임 때마다 할아버지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다"며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전투를 벌인 화천군의 초청으로 한국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 의미 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한국이 참전국인 에티오피아를 기억하는 흔적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강원 춘천에 있는 에티오피아 기념관을 방문했을 때는 주민들에게 환대받았다.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왔다고 말했을 뿐인데 가는 곳마다 택시비나 밥값을 받지 않으며 '고맙다'고 반겨주더라"며 "할아버지를 비롯한 조상들의 희생 덕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전쟁을 기념해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을 안내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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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 투워드 부산' 맞아 묵념하는 외국인들 [부산출입국외국인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이날 부산출입국외국인청이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기념식과 연계해 참전국 출신 유학생 등의 유대감을 강화하기 위해 개최한 행사 '유바시(유학생활을 바꾸는 시간)'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어린 나이의 군인들이 무엇이 다른 나라를 위해 전투를 벌이고 싸울 결심을 했는지 감히 상상하기가 어렵다"며 "그들의 희생 덕분에 한국에서 잘 생활하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할 뿐"이라고 말했다.
부산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UN 참전국 유학생이 우대 전형을 통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며 "과거의 희생을 기억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질적인 지원으로 감사의 마음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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