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작가의 평화찾기 강연중인 송현호 아주대 명예교수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계절이 왔다. 모두가 노벨상 수상자에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노벨상 가운데 많은 문인과 언론이 관심을 보이면서 한국인들은 노벨문학상에 관심을 보였고, 마침내 2024년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멀다고 생각했던 꿈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1901년 프랑스의 시인 쉴리 프뤼돔이 1회 수상자로 선정된 이후 122명의 문인이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120명의 문인이 수상했다.
아시아인으로는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영국, 1913 수상), 라오서(중국, 1966년 선정), 가와바다 야스나리(일본, 1968 수상), 오에 겐자부로(일본, 1994 수상), 가오싱젠(프랑스, 2000 수상), 모옌(중국, 2012 수상), 가즈오 이시구로(영국, 2017 수상), 한강(한국, 2024 수상)이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라오서를 제외하고 7명이 수상을 했다. 라오서는 선정 이후 문화대혁명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져 수상하지 못했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신, 고독, 사랑, 삶, 여행을 노래하면서 평화를 찾는 인간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그는 식민지 조선이 ‘부흥해 세계의 등불이 될 것’라고도 했다. 라오서는 베이징의 인력거꾼과 그가 좋아했던 여인을 내세워 당대 중국 하층민의 삶과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면서 평화롭게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다. 가와바다 야스나리는 절제된 문체와 상징적인 이미지를 통해 평화로운 설국과 인간의 고독, 삶과 죽음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오에 겐자부로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쟁과 핵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서 개인의 고통과 정치적, 도덕적 문제를 결합하고 있다. 그는 저의 작업이 작가와 독자를 시대의 고통으로부터 모두 회복시켜 각각의 영혼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 시 밝힌 바 있다.
가오싱젠은 ‘20세기 이후에 아름다움이 죽었다’고 하면서 ‘우리에겐 20세기 이데올로기 말고 새로운 사상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모옌은 양조장 주인에게 팔려간 여인이 자신을 겁탈한 젊은이와 가정을 이루고 평화롭게 살지만, 일본군에 의해 그들의 가정과 마을이 쑥대밭이 된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일본의 패전 이후 과거의 그릇된 외교 정책을 옹호하다가 신세대로부터 비난받고, 근대 세계의 이상과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평화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를 천착하고 있다. 한강은 국가의 폭력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폭도로 매도되는 현실을 하나하나 들춰내면서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이 인간임을 되새기고 있다. 아울러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상처 입은 영혼들을 위로하고 그들 앞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
수상자 대부분의 화두는 평화다. 평화는 자유와 평등 그리고 사랑에 기반을 두고 있다. 억압받고 차별받고 미움을 받을 때 평화는 얻을 수 없다. 인간은 평화를 염원하며, 평화로울 때 행복을 느낀다. 평화를 느끼지 못하면 자신을 억압하고 차별하고 미워하는 세력과 대결하거나 사회적인 억압에서 좀 더 자유로운 새로운 터전으로 이주하기 마련이다.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되고 절망과 좌절 속에서 살던 사람들은 평화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했다. 수상자 대부분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수상자 대부분은 폭력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들의 삶을 재현하여 바람직한 인간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들이 아픈 역사를 재현하여 현재의 징후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것은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으려고 이주한 슬픈 역사의 주체들이다. 자신들과 앞선 세대들이 체험한 인고의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 과거가 현재를,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리고 산 자가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여러대학교에서 강연중인 송현호 아주대 명예교수
송현호 아주대 명예교수
"제2대" "제3대"한국학 진흥사업위원장
한중 한중인문학회 명예회장
한국 한국현대소설학회 명예회장
무한대학 한국학진흥사업단 수석연구원
안휘재경대학 석좌교수
최근 중국해양대에서 <소년이 온다>를 중심으로 한국근대소설의 이주담론을 강연하고
중국해양대 한국학진흥사업단 자문
[조중동e뉴스 = 임학래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