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계의 별, 전유성도 별세하였고, 내 친구도 유명을 달리하였다. 우리는 생을 이별하는 고인의 장례식장에서 서로의 어깨를 부여잡고 아픔을 나누었지만, 문상 직후 차 안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졌다. 살아 있는 우리는 곧장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고, 살아 있음의 경쾌함과 슬픔이 한데 섞여 기이한 온도를 만들었다. 그날의 풍경 — 밤하늘에 떠오른 고인의 미소, 친구들의 건강 이야기와 병원 이야기, 떠나보내지 못한 말들 — 은 나에게 죽음과 삶에 대해 또 다른 윤곽을 그려주었다.

갑작스런 돌연사(突然死)는 우리를 멈추게 한다. 계획하지 못한 이별 앞에서 모든 것은 뒤집힌다. 슬픔은 즉각적이고, 설명은 부족하며, 후회는 번개처럼 번진다. 하지만 그 충격 속에서도 사람들은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건강 비법을 나누고, 수술 실패와 근처 병원의 부재를 말하며, 대학병원장의 도움에 감사했다. 소주잔은 연거푸 비워졌고, 누군가는 “언제 갈지 모르는 인생”이라며 숨을 내쉬었다.

이 모든 풍경은 몇 가지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프랑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는 "죽음은 생명의 일부로서 우리를 완전히 해방시키는 것이다. 인간이 갖춰야 할 최고의 지식은 닥친 일을 좋게 보고, 나머지는 근심하지 않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따라서 죽음 앞에서는 어떤 준비와 태도가 최소한의 존엄을 지켜야 하는가? 인간관계는, 특히 오랜 벗과의 관계는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첫째, 건강은 자만할 수 없는 약속이다. “건강은 자신할 게 못된다”는 말은 흔한 위로처럼 들리지만, 그 위로 뒤에는 현실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운동과 식사, 음주 조절은 수사(修辭)가 아니라 일상의 루틴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 특히 심혈관계 검진은 선택이 아니라 권장이다. 가까운 응급의료체계의 존재 여부, 응급실 접근성, 주변에 자동심장충격기(AED)가 비치됐는지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도 생명을 가른다. 친구가 말한 것처럼 ‘큰 병원이 멀어 복잡한 사고가 더 커졌다’는 경험담은 단순한 불편담이 아니다 — 준비와 동선의 문제다.

둘째, 관계는 숫자가 아니다. 질이고 빈도다. 해마다 쌓이는 ‘아쉬움’은 작은 고비들이 모인 결과다. “고향을 떠난 후 친구랑 제대로 대화한 기억이 희미하다”는 고백은 누구나의 고백일 수 있다. 우리는 바빠서, 피곤해서, 미루고 미뤄 결국 말하지 못한 것들을 가슴에 묻는다. 그러나 관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만남이 드물더라도 진심을 주고, 미뤄진 고마움과 미안함을 말로 남겨야 한다. 전화 한 통, 메시지 한 줄, 짧은 방문이 인생의 공허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삶은 윤리와 태도의 문제다. 사용자가 적어둔 문구들 — “죄를 무심하면 그것이 나를 끌고 가는 것”, “이 땅에서 도리는 있는 것” — 은 종교나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인 헨리 반 다이크는 "죽음은 우리가 인생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이유다." 라고 말했듯이 인간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또 누군가에게 기대를 받으며 산다. 작은 선행과 책임 있는 삶은 결국 우리 자신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나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죽음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태도다.

넷째, 죽음은 끝이나 단절이 아니라 계속 진행되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알버트 카뮈는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삶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많은 문화와 전통이 말하듯,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이행이다. 믿음이 있든 없든, 우리는 한 사람의 삶이 남긴 영향 — 기억, 웃음, 말과 행동 — 을 통해 그를 기린다. “떠났다고 끝이 아닌 것”, “영원한 세계로 들어서는 단계”라는 생각은 남은 이들에게 위로가 된다. 그러나 위로는 맹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남겨진 자들은 고인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삶을 재정비하고, 더 나은 관계와 더 깊은 배려로 응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 준비하되, 두려움에 갇히지 말자. 죽음은 예측할 수 없지만 준비는 가능하다. 의료적 준비(건강검진, 응급처치 교육, 응급연락처 정리), 법적 준비(유언, 신탁, 권한 위임), 감정적 준비(화해, 고백, 감사 표현)는 남겨진 이들에게 큰 선물이다. 그러나 준비한다고 해서 죽음을 기다리며 숨막히게 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준비는 우리가 더 자유롭게, 더 충만하게 살 수 있게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당신이 떠난 자리에서 우리는 많이 배운다. 당신이 살아 있을 때 주고받지 못한 말들은 이제 우리 가슴속에서 더 큰 울림이 되었다. 자주 만나지 못한 미안함, 가물에 콩 나듯했지만 편하고 반가웠던 그 시간들, 모두 감사하다. 당신 같은 벗을 어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아쉬움은 남지만, 당신이 남긴 웃음과 장난, 그리고 그 검은 하늘 위의 미소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하늘나라에서도 벗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결국 죽음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살았는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살아남은 우리는 오늘 한 걸음, 한 걸음 더 맑고 밝고 아름답게 걸어가자. 삶은 짧고, 인연은 귀하다. 그것을 잃고 난 뒤에야 비로소 깨닫지 않도록 — 지금,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진심을 전하자.

<발행인 겸 주필 소개>

김명수는 현재 한국노동경제연구원 원장으로 활약하며 노동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법학박사로서 최근 저술한 <노동정책의 배신>, <금융정책의 배신>, <선도국가>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103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또한, 한국중소벤처포럼 이사장, HQ인베스트먼트 회장을 역임하는 등 풍부한 금융 현장 경험을 갖춘 금융 전문가이며, (주)퓨텍을 직접 경영했던 전문경영인이기도 하다.

현재는 제4차 산업혁명 및 AI 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KLA 코리아 리더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