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관람객 500만 돌파 국중박 유료화 시사에 해외 박물관 사례는?
루브르·바티칸·메트로폴리탄 등 주요 박물관 유료 운영…최대 4만원대

내외국인 요금 차별화하기도…학생·지역민 등에 면제·할인 혜택

"우리는 외국에서 입장료 내지 않나"…"방문객 감소 우려" 온라인서 찬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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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북적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추석 연휴인 지난 8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다. 2025.10.8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유료화 시점과 방식을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지난달 22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상설 전시의 유료화를 시사하는 언급을 하자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온라인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 관람객이 사상 처음으로 500만명을 넘은 상황에서 유료화가 추진될 경우 상당한 입장료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해외 유명 박물관들도 입장료를 받고 있다는 점도 유료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한 이유다.

그러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2008년부터 무료로 운영돼왔던 시설을 유료화할 경우 이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거세게 일어날 수 있고, 한참 달아오르던 박물관에 대한 관심의 모멘텀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과거 해외에서 유료화를 추진했다가 관람객 수가 줄어든 사례도 있다.

실제 해외 박물관의 요금 정책은 어떨까.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유료화가 바로 관람객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만약 유료화할 경우 전시 물품이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는지가 중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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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국중박 2008년부터 무료…해외 박물관은 최고 4만원 입장료도

국립중앙박물관은 1945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의 소장품과 시설을 인수해 국립박물관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후 한국전쟁 직후에는 남산 민족박물관 자리에 있다가 1965년에 덕수궁 석조전으로 이사했다.

1972년부터 경복궁에 있었으며, 2005년부터 현재의 용산 시대를 시작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개관 당시에는 유료였으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5월 국민 문화 향유 증진을 목적으로 무료로 전환됐다. 직전 입장료는 상설 전시 기준으로 2천원이었다.

해외 주요 박물관은 이와 달리 대체로 입장료 유료 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운영비 증가 등의 이유로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이들 박물관은 그 대신 미성년자나 고령자, 장애인, 지역주민 등에게는 할인 또는 무료 관람 혜택을 주고, 무료 관람 시간을 운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문화 체험 기회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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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EPA=연합뉴스]

전 세계 최대 관람객 수를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은 일반 입장료가 22유로(약 3만6천원)다.

그러나 18세 미만 청소년과 26세 미만 유럽경제지역(EEA) 거주자는 무료다.

7~25인 규모의 단체 관람객은 입장료에다가 별도로 단체당 70유로를 내야 한다. 대신 별도의 전용 입구로 입장할 수 있으며 소지품을 보관하는 대형 사물함, 휴게 공간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의 입장료도 비슷한 방식으로 책정됐다. 일반 입장료는 14유로(현장 구매 시)이나 18세 미만과 18~25세의 EU 시민 및 EEA 거주자, 장애인, 구직자 등은 입장료가 면제된다. 또 사전 예약자에 한해 매월 첫번째 일요일은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방문객 수가 많은 바티칸 박물관은 일반 관객 입장료가 20유로(3만3천원)다.

7~18세와 25세 미만 학생은 8유로, 학교 단체 관람은 4유로다. 7세 이하 아동, 장애인 등과 함께 매월 마지막 일요일에는 무료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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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UPI=연합뉴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입장료는 성인 기준 30달러(약 4만3천원)다.

다만 65세 이상과 장애인은 22달러, 학생은 17달러로 이보다 낮게 책정됐다.

나아가 뉴욕주 거주민이나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주 등 인근 지역 학생은 원하는 만큼 내는 방식이어서 사실상 무료다. 12세 미만 어린이도 마찬가지로 무료 혜택을 누린다.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휘트니 미술관도 각각 30달러(일반 성인 기준)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세계 5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관람 범위와 날짜에 따라 다르나 300~1천200루블(5천~2만1천원, 주요 박물관 단지의 1일 관람권은 500루블) 선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의 일반 입장료는 15유로(2만5천원)다. 65세 이상과 청소년카드 소지자, 대가족은 반값 할인 혜택이 있다.

아울러 18세 미만이나 18~25세 학생, 장애인 등은 무료로 입장 가능하다. 또한 매일 폐장 전 2시간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대만국립고궁박물관은 내국인과 외국인의 관람료가 다르다.

내국인은 150대만달러(TWD, 7천원)이나 외국인은 350TWD(1만6천원)로 2배가 넘는다. 그러나 18세 미만과 장애인 및 동반자는 국적 불문으로 무료다.

일본 도쿄의 국립박물관은 일반 1천엔(9천원)이나 대학생은 절반 값이다. 국립서양미술관은 일반 500엔, 대학생 250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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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립고궁박물관 [EPA=연합뉴스]

무료 입장료 정책을 유지하는 박물관도 일부 있다.

'대영박물관'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박물관(The British Museum)은 국적이나 지역, 나이 제한 없이 모두 무료다. 기부금을 권장하기는 한다.

문화는 모두가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영국의 다른 주요 국립박물관과 미술관도 모두 2001년부터 무료로 전환했다.

그러나 영국에서도 박물관 입장료의 유료화 전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박물관이 기금난을 겪고 있어서다.

일례로 영국박물관 임시 관장과 빅토리아앤드앨버트(VA) 박물관장을 역임한 마크 존스 경은 지난해 6월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관광객들에 대해 20파운드의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입장료 수익을 건물 유지와 작품 보존 등에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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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박물관 홈페이지의 기부 안내 페이지 [영국박물관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외국인에게만 유료?…국중박 외국인 관람객은 4% 미만

국립중앙박물관 유료화 방안으로 많이 제기되는 아이디어는 외국인에게만 돈을 받는 방안이다. 내국인들은 세금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박물관 운영에 기여하고 있다는 게 핵심 논리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 등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난 것도 이런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미술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우리는 외국 나가서 최소 몇배의 입장료를 내는데 외국인은 무료로 즐긴다"면서 유료 전환에 찬성을 표했다.

다만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 수가 올해 처음으로 500만명을 넘어서며 세계 5위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외국인 관람객 비율은 해외 주요 박물관과 차이가 큰 편이다.

예컨대 루브르 박물관의 경우 외국인 관람객 비중이 전체의 77% 수준에 이른다.

바티칸 미술관의 지난해 관람객은 676만5천명인데, 외국인 관람객 비율에 대한 통계는 없으나 대부분이 외국인일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박물관의 지난해(2024년 4월~2025년 3월) 회계연도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입장객 수는 380만명으로, 전체 입장객(650만명)의 절반을 넘는다. 외국인 입장객 수는 2022년 250만명, 2023년 370만명 등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프라도 미술관도 지난해 6 대 4 비율로, 외국인 관람객이 내국인보다 많았으며 대만국립고궁박물관도 작년 11월 낸 보도자료에서 국내외 관람객 비율이 각각 50%로 비슷하다고 밝혔다. 특히 외국인 관람객 가운데는 한국과 일본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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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국립중앙박물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총 501만6천38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연간 관람객이 500만명대를 기록한 건 1945년 박물관(당시 국립박물관) 개관 이후 처음이다. 사진은 17일 북적이는 박물관 모습. 2025.10.17 mjkang@yna.co.kr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외국인 관람객 비율은 이보다 낮은 편이다. 미국의 미술 전문 매체인 아트넷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관람객 550만명(클로이스터스 분관 포함) 중 외국인은 90만명(16%)으로 집계됐다.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외국인 관람객 비중은 2019년 38%에 달했으나 러시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며 이 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으로 미술 전문 매체는 분석했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의 외국인 관람객 비율은 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으로 작년 외국인 관광객은 전체의 3.7%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만 유료화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접근성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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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강 감독에게 반가사유상 설명해 주는 유홍준 관장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1일 서울 용산구 박물관을 예방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에게 사유의 방에 전시된 반가사유상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2025.8.21 superdoo82@yna.co.kr

◇ 유료화 전환으로 관람객 수 감소할까…"결국은 질이 중요"

유료화 관련해서 가장 많이 제기되는 반대 의견은 관람객 수 감소 우려다. 유료로 전환하면 현재처럼 사람들이 몰리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박물관의 입장료 유무가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도 있다.

영국 정부가 2011년 박물관 무료입장 정책 10주년을 맞아 낸 자료에 따르면 2010~2011년 런던 소재 박물관의 관람객 수는 2000~2001년 대비 151% 증가했다. 이 기간 런던의 국립해양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 VA박물관 관람객 수는 각각 204%, 187%, 180% 증가했다.

박물관의 입장료 무료 전환 정책이 방문객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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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뮷즈' 고르는 관람객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총 501만6천38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연간 관람객이 500만명대를 기록한 건 1945년 박물관(당시 국립박물관) 개관 이후 처음이다. 사진은 17일 박물관 기념품점에서 관람객들이 박물관 문화상품 '뮷즈'(MU:DS)를 고르는 모습. 2025.10.17 mjkang@yna.co.kr

그러나 유료화하거나 입장료를 좀 더 받는다고 바로 관람객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루브르는 지난해 1월 입장료를 30% 올렸지만 외국인 방문객 수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르몽드는 지난해 1월 '루브르의 입장료 상승도 외국인 방문객을 막지 못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입장료 인상과 빗속에도 수백명이 개관 시간에 맞춰 줄지어 서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루브르의 관람객 수는 870만명으로, 전년도(890만명)에 비해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결국 돈을 내고 볼만한 가치가 있으면 과도하지 않은 수준의 입장료는 관람객들이 부담할 의사가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박지현(홍익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과정)· 신형덕(홍익대 경영대학 전략경영 전공교수)·현은정(홍익대 경영학과 인사조직 전공 조교수) 등이 2019년 학술지 '경영학연구'에 기고한 '전시 무료입장 정책이 관람 의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무료입장 여부가 관람 의도에 미치는 유의미한 영향은 없었다.

미술 전시와 관련한 정책 결정에서 무료입장 정책이 문화 향유 계층 확대 및 관람객 증가라는 정책적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이 조사는 서울 소재 대학생 187명을 대상으로 무료 전시와 유료 전시 소개에 대한 4가지 유형 자료를 제시하고 각 전시 기대와 접근성, 관람 의도 등을 설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나아가 유료화하거나 입장료를 올려도 다양한 요금 정책을 시행할 경우 내국인의 비용 부담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지난해 루브르 박물관의 자국민 방문객 중 65%가 무료로 관람했다.

미술사학자인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나라 박물관·미술관 정책의 기준이 되는 곳인 만큼 유료화 문제도 박물관의 지위와 역사를 고려하며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면서 "용산 이주 20주년을 맞아 입장료보다도 어떻게 박물관만의 콘텐츠를 공고히 할지를 포함해 비전을 얘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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