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품의 아프리카인] ⑺"한식과 맞닿은 가나의 맛 아시나요"
인천 '아프리카 키친' 사장 솔로몬씨…"가나 요리와 한식 비슷한 부분 많아"

가나서 과학교사로 일하다 한국행…중고차 매매단지서 아이디어 얻어 식당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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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솔로몬 씨(오른쪽)와 아내 크리스티 씨 [촬영 임경빈 인턴기자]

(서울=연합뉴스) 임경빈 인턴기자 = "한 나라의 문화를 알리기 가장 좋은 수단은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식과 맞닿은 점이 많은 가나 음식을 한국인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에서 '아프리카 키친'을 운영 중인 솔로몬(49) 씨는 지난달 28일 이 식당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서아프리카 가나 음식의 매력을 한껏 소개했다.

아프리카 키친의 주요 메뉴는 푸푸(카사바와 플랜틴 가루를 섞어 만든 빵), 반쿠(옥수숫가루로 만든 빵), 졸로프 라이스(토마토와 피망, 고추로 만든 소스로 지은 밥) 등이다.

이를 소·닭·틸라피아(열대지역 민물고기)로 만든 가나식 수프나 구이와 곁들여 먹는다.

생소해 보이는 음식이지만 한식과 비슷한 부분도 많다고 한다.

솔로몬 씨는 "푸푸의 경우 조리 방식이나 식감이 한국의 떡과 닮았다"며 "식사 때 주로 국물 요리를 곁들이는 것도 한식과 유사한 점"이라고 말했다.

그가 식당 운영과 주방 보조를 맡는 동안 아내 크리스티(42) 씨는 요리를 책임진다.

크리스티 씨는 인터뷰 중에도 저녁 영업에 사용할 푸푸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가나 음식의 매력을 묻는 말에 그는 "주로 자연의 신선한 재료들을 사용한다. 건강에도 좋고 맛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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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음식 '푸푸' 만드는 크리스티 씨 [촬영 임경빈 인턴기자]

◇고된 식당 일에도 5남매가 '버팀목'…입소문에 멀리서 단체주문

2019년 11월부터 식당을 운영해온 부부에게는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솔로몬 씨는 "개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발생했다. 어떤 날엔 하루 종일 손님이 없었다"라며 "그래도 버티다 보니 점점 상황이 괜찮아졌다"고 돌아봤다.

일정도 고되다. 매주 월~목요일과 일요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한다.

그는 "개점 준비를 위해 오전 10시까지 출근하고, 영업을 마치고 정리하다 보면 자정을 넘겨 퇴근하기 일쑤다"라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장사를 계속하는 이유는 가족이다.

5남매의 부모로서 자식들을 보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솔로몬 씨는 "둘째와 셋째가 축구 유소년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다"며 "아이들을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이러한 부부의 노력이 깃든 아프리카 키친은 점차 입소문을 타고 있다.

그는 "가나 여행 중 먹었던 음식을 그리워하는 한국인들이 서울에서 찾아오기도 한다"며 "주한 나이지리아 대사도 방문해 음식을 맛있게 먹고 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때 시작한 배달도 꾸준히 하는 중이다.

솔로몬 씨는 "경기도 동두천시, 파주시, 평택시 등 먼 곳에서도 단체주문이 들어온다"며 "우리 가게와 음식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은 듯해 뿌듯하다"고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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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키친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식 '졸로프 라이스와 치킨' [촬영 임경빈 인턴기자]

◇가나 과학교사로 한국 장학생에 선발…농업 석사 졸업 후 식당업 전환

솔로몬 씨가 가나에서 했던 일은 한국 생활과 거리가 멀다.

가나의 도시 세키에두마세 출신인 그는 과학 교사를 꿈꾸며 교대에 진학했다.

교대를 졸업한 뒤에는 7년간 현지 고등학교에서 통합과학을 가르쳤다. 교사 생활을 하던 중 지금의 아내도 만났다.

그는 "아내와 같은 동네에서 자라며 서로의 부모님도 알던 사이였다. 그러나 연인 사이는 아니었다"며 "교대 졸업 후 교사로 부임한 지역에서 우연히 그녀를 다시 만난 뒤 호감을 갖고 교제하다 결혼했다"고 말했다.

한국행을 선택한 계기는 한국의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GKS) 사업을 접하면서다.

GKS는 매년 전 세계의 우수 인재를 한국에 초청해 학·석·박사 학위 취득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솔로몬 씨는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혼자 한국으로 간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면서도 "미래를 위해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2014년 한국에 온 그는 인하대 한국어교육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그는 "수업 진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한국어가 어려웠다"며 "수업 내용 전체를 녹음한 뒤 집에서 반복해서 들으며 공부했다. 덕분에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이후 충남대 스마트농업대학원에 진학해 농업을 연구했다. 그즈음 아내와 아이들도 한국으로 왔다.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일자리를 찾던 솔로몬 씨는 우연히 방문한 옥련동 중고차 수출단지에서 기회를 찾았다.

그는 "중고차를 사기 위해 옥련동을 찾는 외국인 중에 가나인도 많았지만, 이들에게 가나 음식을 파는 식당은 주변에 없었다"면서 "마침 아내도 요리사였기에 직접 식당을 차리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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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키친' 매장 전경 [촬영 임경빈 인턴기자]

◇"음식 통해 가나와 아프리카 많이 알리고, 지점도 낼 것"

아프리카 키친은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 '영종 세계음식축제' 등 다양한 축제에서 부스를 운영하며 가나 음식을 선보였다.

음식을 통해 많은 한국인에게 아프리카와 가나를 소개하고 싶다는 그의 목표는 사업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솔로몬 씨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서울이나 평택, 송탄 등 아프리카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지점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사의 길을 걷지 못해 아쉽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고국서 교직 생활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길을 찾던 차에 식당을 운영하게 된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생활하는 아프리카인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솔로몬 씨는 "한국은 매우 멋진 곳이지만, 급변하는 한국 사회에 적응하려면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imkb0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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