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4만 소도시 한계 극복, 첫 정상회의…되짚어본 APEC 성과
관광·컨벤션 두 축 성장판 마련…경주, 전통·문화 발판 미래로 도약

(경주=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외교·경제·국방·사회 등 여러 분야에 성과를 남겼고 개최도시 경주 등 지역사회에도 도약의 기틀을 제공했다.

국내 중소도시서 열린 첫 국제 정상회의의 이러한 성과가 갖는 의미를 숫자로 되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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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APEC 정상회의 공식 기념 촬영 (경주=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한복 소재로 만든 목도리를 두르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11.1 photo@yna.co.kr

'하나' 인구 24만명 중소도시서 열린 첫 국제 정상회의.

2005년 APEC 정상회의, 2012년 핵 안보 정상회의, 한·아세안 정상회의, G20 정상회의 등 그동안 국내에서 개최된 국제 정상회의는 서울·부산·제주 등 대도시에서만 열렸다.

인프라의 한계가 그 이유였다.

경주는 인프라에 대한 우려에도 국내 지방 중소도시 중 처음이자 유일하게 미·중·일 정상 등이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유치해 치렀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보안 등을 문제 삼아 경주가 아닌 서울·부산에서 머물며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모두 경주에 숙박해 이러한 관측이 기우였음도 증명했다.

각국 정상과 젠슨 황 등 주요 귀빈이 함께 머물렀음에도 교통통제 외에는 행사 진행 및 도시 기능에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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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APEC 정상회의 2세션 주재 (경주=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2세션을 주재하고 있다. 2025.11.1 photo@yna.co.kr

'둘' 두 마리 토끼 관광과 컨벤션 산업, 두 축의 성장발판 마련.

경주의 관광산업은 1980년대 들어 보문단지에 특급호텔과 리조트, 콘도 등이 차례로 문을 열며 국내 수학여행과 가족 단위 관광의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해외여행 활성화와 시설 노후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경주는 관광산업이 활력을 잃자 컨벤션 산업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그 상징이 APEC 정상회의가 열린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HICO)'다.

국제행사 유치를 목표로 1천200억원을 들여 건립했으며 2015년 문을 열었다. 연면적 3만1천336㎡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동시 수용 인원은 최대 4천300명이다.

센터는 개관 이후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으나 APEC 정상회의 개최로 향후 컨벤션 행사 유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APEC의 성공으로 쇠락했던 경주에서는 관광산업도 되살아나고 있다.

오랜 명물인 '황남빵'은 시 주석의 호평으로 다시금 명성을 얻고 있으며 각국 정상들이 묵어간 호텔 등에는 투숙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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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내일을 날다' (경주=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29일 오후 경북 경주시 월정교 특설무대에서 열린 2025년 APEC 정상회의 한복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다양한 한복을 선보이고 있다. 2025.10.29 mtkht@yna.co.kr

'셋' 전통과 현재·미래라는 세 가지의 조화를 보여준 청사진.

'신라 천년 고도'이자 '지붕 없는 박물관'인 경주는 APEC 정상회의 유치 때부터 '한국의 미'를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평가받았다.

정상회의 참가자들은 불국사를 찾아보고 월정교 아래에서 패션쇼를 관람하며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많이 느꼈다고 전한다.

아울러 KTX 고속철도와 쾌적한 숙박환경 등 기반 시설로 한국의 편리한 현재를 체험할 수 있었다고 덧붙인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선보인 보문단지 내 자율주행 셔틀버스와 신라의 달밤을 화려하게 바꿔 놓은 대릉원·첨성대 등의 미디어아트는 천년고도의 미래를 보여줬다.

특히 국립경주박물관은 침묵하는 문화유산의 창고 이미지에서 미래를 제시하는 명소로 떠올랐다.

APEC을 기념해 열린 신라금관 6점의 특별전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건물관 마당에 새롭게 마련된 공간은 한미·한중 정상회담장으로 쓰이며 방문객의 발길이 끓이지 않고 있다.

APEC 정상회의 성공으로 잊혀가던 관광도시 경주는 전통과 현재를 발판으로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미래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mtkh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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