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밀정원,'부자 카페'에서의 황홀을 만끽하다 -

'아드리아海의 진주' 두브로브니크. 붉은 지붕과 견고한 성벽이 중세의 시간 속에 멈춰버린 듯한 구시가지를 걷다가 문득, 도시의 비밀을 찾아 나섰다.

수많은 여행자가 입을 모아 칭찬하는 그곳, 바로 '부자 카페(Buža Cafe)'다. '부자(Buža)'는 크로아티아어로 '구멍'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번잡한 플라차 대로를 벗어나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좁은 골목길을 열심히 헤매다 보니, 성벽에 난 아주 작고 평범한 돌문 하나가 나타났다. 'CAFE'라는 작은 표지판만 믿고 그 문을 통과했을 때, 마치 차원의 문을 열고 다른 세상으로 들어선 기분이었다. 부자카페는 말 그대로 성벽 밖, 절벽 위에 펼쳐진 지상 낙원 그 자체였다.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숨을 멎게 할 만큼 황홀했다. 중세의 두꺼운 성벽이 병풍처럼 등 뒤를 지켜주는 사이, 필자는 발아래로 펼쳐진 에메랄드빛 아드리아海를 마주했다. 부자 카페는 여느 카페처럼 화려한 테이블이나 인테리어가 있는 곳이 아니다. 해안 절벽의 울퉁불퉁한 바위 위에 털썩 놓인 평범한 간이 의자와 테이블이 전부이지만, 세계 그 어는 곳도 이보다 더 완벽한 전망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두브로브니크 가장 핫한 명소, 부자 카페(Buža bar)에 선 필자


예전부터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두브로브니크 가장 핫한 명소, 부자 카페(Buža bar). 성벽에 앉아 바다를 조망하면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이라니.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마음이 설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충격적이게도 메뉴판엔 커피가 없었다. 한 가지 팁을 더하자면, 부자 카페로 가기 위해서는 성모 승천 대성당이라고 불리는 두브로브니크 대성당(Dubrovnička katedrala)을 출발 지점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수많은 여행자가 입을 모아 칭찬하는 그곳, 바로 '부자 카페(Buža Cafe)'


성벽 반대편인 필레 문(Vrata od Pila) 근처에서 출발하면, 가파른 계단을 등반하듯이 올라야 하고 부자 카페까지 찾아가는 길도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와 맞닿아 있는 절벽 같은 성벽 외벽에 카페가 자리하고 있어서, 카페 손님 외에는 드넓은 바다만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에, 힐링 타임을 즐길 수 있는 더 없이 매력적인 곳이다. 물론 필자처럼 오픈하자마자 방문하는 것이 이곳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유명한 만큼 많은 여행자들의 발길이 찾아드는 곳이라서, 오후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비기도 한다. 카페 아래쪽으로는 바다에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이 계속 이어져 있다.끝까지 내려가면 자연 해수욕장이 나온다. 바위에 수영 사다리도 설치되어 있다. 진짜로 여기서 수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겠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해수욕을 즐긴다고 한다. 이와함께 카페 전경을 모든 자리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가 전부 해변을 향하도록 비치되어 있다.

바다 건너로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촬영지로 유명한 로크룸 섬(Lokrum)도 보인다. 부자 카페 메뉴는 코팅된 종이 한 장의 메뉴의 전부다.참고로 이곳은 현금만 받는다. 빨간색으로 큼지막하게 ‘캐시 온리(CASH ONLY)’라고 강조하고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멍~하니 아침의 고요를 즐기고 있자니, 크고 작은 보트들이 따가운 햇살 아래, 시원한 레몬 맥주(Ožujsko, 오주이스코)를 주문해 한 모금 들이켰다. 짜릿하고 달콤한 맥주와 짭짤한 바닷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순간, '아, 이것이 크로아티아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드리아海의 낭만과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필자


아드리아海의 낭만과 자유로움
카페 주변의 암벽에는 편안한 여행복 차림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다소 흐린 날씨지만 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멍때리기'에 몰입하다 보면 기념사진을 찍을조차 정신없을 정도로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몰려오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절벽에 기대여 스냅사진을 찍는 모습은 그야말로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안내자의 전언에 따르면 부자카페의 또다른 매력은 이곳의 하이라이트인 '일몰(Sunset)'꼽았다. 해가 로크룸 섬 너머로 천천히 기울어지면서, 하늘은 주황색, 분홍색,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그 장면은 영원히 잊지 못할거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필자가 시간이 없어 부자 카페의 일몰을 보지는 못한것이 지금도 생각하면 못내 섭섭하기만 하다.

지금도 누구한테라도 자신있게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 가신다면, "이 성벽의 작은 '구멍'을 꼭 찾아보세요"라고 강추하고 싶다. 부자 카페에서 마주하는 아드리아海의 잊을 수 없는 진한 매력은 단순한 '뷰 맛집'을 넘어, 크로아티아 여행의 가장 잊을 수 없는 낭만과 자유를 선사할 것이라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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