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 유학생이 살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언론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 문제를 경고해 왔고, 국민들은 이제쯤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검토 중”, “추진 예정” 같은 무책임한 말뿐이었다. 이 땅의 공무원 사회는 왜 늘 위기 앞에서 느릿느릿 움직이는가? 잘못해도 책임지지 않는 철밥통 구조, 대통령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 관료주의의 민낯이 다시 한번 드러나고 있다.

캄보디아의 현실은 상상 이상으로 위험하다. 최근 프놈펜 등 번화가 한복판에서조차 범죄 조직에 의한 납치·감금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 21일에는 한국인 남성이 벙깽꽁 지역에서 납치되어 고문까지 당했다가 가까스로 경찰의 개입으로 구출됐다. 범인들은 중국인 조직원과 현지인 공범으로, 불법 무기와 마약까지 소지하고 있었다. 단순한 치안 문제를 넘어 국제 범죄단이 한국인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게다가 캄보디아 현지에는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등에 가담한 한국인들이 대거 붙잡히고 있다. 최근 64명이 전세기를 타고 강제 송환된 것은 역대 최대 규모다. 문제는 이들이 단순 가담자가 아니라, 누군가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로 내몰린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고수익 해외 일자리’라는 미끼에 속아 현지에 발을 들인 순간, 폭력과 협박 속에서 범죄에 동원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통계는 더욱 참담하다.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은 2021년 4건, 2022년 1건에 불과했으나 2023년 17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무려 220건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는 8월까지만 330건이 보고됐다. 이는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국가의 책무 그 자체다.

이제 정부가 내놓아야 할 대책은 땜질식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한다.

첫째, 외교부와 법무부, 경찰청이 긴밀히 협력해 재외국민 보호 전담 조직을 상시 운영해야 한다. 현지 경찰과의 협조를 넘어, 범죄 예방·구조·송환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둘째, 해외 취업 알선과 유학 프로그램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고수익을 미끼로 한 불법 알선 브로커들을 방치하는 순간,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셋째, 공무원 사회의 책임성 강화가 절실하다. 위기 상황에서 늑장 대응한 관계자에게는 반드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검토 중’이라는 말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동안 누군가는 목숨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말뿐인 대책을 원하지 않는다. 해외 어딘가에서 고통받는 국민 한 사람의 생명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다. 외교는 국익 이전에 국민의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무겁게 책임을 자각하고, 재외국민 보호를 ‘선언’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물어야 한다. 과연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지금이야말로 답해야 할 시간이다.

(정한용 탈렌트ㆍ전 국회의원)

<저작권자(c) 조중동e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