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당의 위기는 언제나 내부에서 비롯됐다. 국민의힘이 지금 처한 상황이 바로 그렇다.

당의 근본을 흔드는 위기 앞에서도 누구 하나 ‘왜 국민이 등을 돌렸는가’를 진정으로 묻지 않는다. 대신 ‘윤어게인(Yoon Again)’이라는 낡은 주문만 아직도 일부에서 되뇌이고 있다.

'윤어게인'이란 글자 그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으로 다시 한 번 결집해보자는 구호다. 그러나 국민은 이미 그 실험의 결과를 봤다. 권력 중심의 폐쇄적 정치, 공감 없는 국정운영, 민심과 동떨어진 오기 정치가 그 결과다.

‘윤어게인’은 해법이 아니라 위기의 재탕이다. 이미 정치적 가치가 소멸된 과거의 실패한 단어일 뿐이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리더십이 아니다. 정치적 가치의 실종, 그것이 보수의 가장 큰 위기다.

국민의힘은 더이상‘ 자유·시장·책임’이라는 보수의 가치로 설득하지않는다. 그 대신 ‘충성·보은·공천’의 언어로 정치를 한다. 이런 정당이 어떻게 미래 세대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겠는가.

일부 강성 지지층은 아직도 여전히 ‘부정선거’라는 음모론에 매달리는 현실은 더욱 더 심각 하기만하다. 선거가 질 때마다 ‘조작’ 운운하며 음모론을 퍼뜨리는 행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다.

선거는 이기면 정당하고, 지면 부정한가. 보수가 음모론에 기대는 순간, 이성의 정당은 사라지고 망상 집단으로 전락한다. 지금 국민의 힘 지도부가 이를 방관한다면 국민은 그 당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윤어게인’이 결코 아니다. 진정한 보수의 리셋이다. 시대의 변화를 읽고, 청년과 중산층이 공감할 새로운 보수의 언어를 새롭게 세워야 한다.

낡은 인물과 퇴색한 구호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는 커녕, 미래의 정당 생명도 보장 할 수 없다. 대통령에게 줄 서는 정치, 강성 팬덤에만 영합하는 정치는 유권자에게 피로감만 안긴다.

보수가 살 길은 오직 하나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상식과 책임의 정치로 돌아가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실패를 덮기 위해 다시 ‘윤어게인’을 외친다면, 그것은 현실 부정일 뿐이다. 국민은 냉정하다. 변하지 않는 정당에는 기회를 절대 주지 않는다.

정치적 가치가 소멸된 낡은 아젠다와 결별하지 않는 한, 국민의힘은 더 이상 보수의 이름으로 국민 앞에 설 수 없다는 점을 장동혁 국민의 힘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분명히 알아야만 한다. 때마침 10월 13일 열린 국민의 힘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당원로들이 일제히 나서 "윤어게인과 결별해야 당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국민의 힘 지도부를 향해 조언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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