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이혜훈 "민주주의를 흔든 사건 앞에서, 늦었지만 ‘잘못 봤다’고 말한 순간은 기록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책임은 말 이후의 행동으로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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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12월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들어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이다. 사태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보수 정치권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이 문장이 공개 석상에서 나왔다. 발언의 주인공은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최근 발언을 통해, 지난 헌정 질서를 뒤흔든 내란 사태를 명확히 ‘민주주의 파괴 행위’로 규정하며 자신의 판단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변명이나 조건부 유감이 아닌, 비교적 직설적인 언어였다.
“몰랐다”가 아니라 “잘못 판단했다”
정치권 사과의 대부분은 “정보가 부족했다”, “오해가 있었다”는 식으로 책임을 희석한다. 그러나 이혜훈 전 의원의 발언은 결이 다르다. 그는 사태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을 자신의 판단 실패로 귀속시켰다.
이는 단순한 말의 선택이 아니다.
‘실체를 잘못 파악했다’는 고백은, 당시 상황에서 정치적 판단을 내릴 위치에 있었던 인물의 책임 인정을 뜻한다. 내란을 둘러싼 논쟁을 ‘정치적 해석 차이’로만 돌려온 보수 진영 내부에서, 이 표현은 결코 가볍지 않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 나온 ‘내란’이라는 단어
특히 주목할 대목은 ‘내란’이라는 단어 자체다. 그동안 보수 정치권에서는 이를 “과도한 규정”, “정치적 프레임”으로 치부해왔다. 그런 가운데 보수 출신 정치인이 스스로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고 규정한 것은 분명한 균열이다.
이는 개인의 양심 고백을 넘어, 향후 역사적·법적 평가 과정에서 보수 진영 내부의 인식 변화가 기록으로 남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과는 출발점일 뿐이다
다만 이 사과가 곧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정치적 책임은 말로 끝나지 않는다.
왜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는가
그 판단 오류가 국회와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침묵하거나 동조했던 시간에 대한 설명은 충분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사과는 **‘늦었지만 의미 있는 말’**로만 남을 뿐이다.
민주주의의 상처는 기억으로 치유된다
민주주의를 흔든 사건 앞에서, 누군가는 끝까지 부인했고 누군가는 침묵했다. 그런 와중에 나온 이혜훈 전 의원의 사과는, 비록 늦었지만 기억해야 할 장면이다. 다만 민주주의의 상처는 사과 한 번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반복을 막는 것은 말이 아니라 책임과 제도다.
민주주의를 파괴한 사건을 ‘잘못 봤다’고 인정하는 순간은 기록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역사는 그 다음 행동을 더 엄격하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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