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0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취임 당시 '친명계 핵심'이자 '정보통'으로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을 뒷받침할 적임자로 꼽혔던 그였다. 하지만 6개월 만에 마주한 끝은 화려한 飛上이 아닌, 꼬리에 꼬리를 문 비리 의혹 끝의 '전격 사퇴'였다.
이번 사퇴는 단순히 정치인 한 명의 낙마를 넘어, 현 집권 세력이 표방해 온 '도덕적 우위'와 '공정'의 가치가 어디까지 훼손되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 의혹이 주는 뼈아픈 실망감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들은 하나같이 국민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들이었다. 거대 담론이 아니라, 내 자녀의 군 문제, 취업 문제, 그리고 공항에서의 특혜 의전 등 일반 서민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권력의 단맛'에 집중되어 있다.
보좌진을 동원한 예비군 훈련 연기 신청과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한 가상화폐 거래소 취업 의혹은 공정을 갈망하는 청년 세대에게 깊은 박탈감을 안겼다. 특히 항공사 숙박권 수수와 가족들의 VIP 의전 의혹은 "정치인은 원래 저런가"라는 냉소적인 불신을 다시금 점화시켰다.
과거의 비리가 큰 액수의 자금 수수였다면, 이번 의혹들은 권력을 마치 '가족 경영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가볍지 않다는 평이다.
- 내부 통제 시스템의 붕괴
더욱 심각한 지점은 이 모든 사태가 전직 보좌진들의 '내부 폭로'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이를 '공익 제보자 코스프레'라며 비난하고, 사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맞대응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사찰 논란'과 '계정 도용'이라는 새로운 불씨를 지폈다.
가까운 보좌진조차 설득하지 못하고 법적 다툼으로 치닫는 모습에서, 민주당 내부에 만연한 '권위주의적 조직 문화'와 '내로남불식 대처'가 여실히 드러났다. 당 지도부는 초기 "동지를 믿는다"며 엄호에 급급했으나, 민심이 싸늘하게 식은 뒤에야 사과를 표했다. 뒷북 대응이 당의 신뢰도를 더욱 갉아먹은 셈이다.
- 이재명 정부에 던져진 부메랑
김병기 원내대표의 사퇴는 이재명 정부에게도 뼈아픈 실책이다. 그는 정부 출범 초기 여권의 입법 전략을 진두지휘하던 핵심 엔진이었다. 엔진이 멈춰 선 지금, 야권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며 향후 예정된 개혁 과제들은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제 민주당에 남겨진 과제는 명확하다. 단순히 인물을 교체하는 수준을 넘어, 권력 주변에 기생하는 '특권 의식'을 어떻게 뿌리 뽑을 것인가에 답해야 한다.
김 의원이 사퇴의 변으로 언급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말은 법정의 영역이다. 하지만 "국민의 상식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은가"라는 질문은 이제 민주당 전체를 향하고 있다.
권력은 칼날과 같아서, 남을 베기 전에 스스로를 단속하지 않으면 결국 자신을 상하게 한다. 김병기 원내대표의 낙마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무책임한 사유화'와 만났을 때 어떤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지를 보여주는 정석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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