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2025년 四字成語 1위

2026년 새해를 앞두고 교수신문이 선정한 2025년의 사자성어는 '變動不居다. 周易에 뿌리를 둔 이 짧은 네 글자는 "변하고 움직이며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준엄한 진리를 우리 앞에 꺼내 놓았다.

매년 선정되는 사자성어가 그해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면, 이번 '변동불거'는 단순한 현상 진단을 넘어 '생존을 위한 태도'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 고정된 정답이 사라진 시대

우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다. AI가 인간의 지적 영역을 재정의하고, 견고해 보였던 국제 질서와 경제 체제가 하룻밤 사이 요동친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고,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미래의 걸림돌이 되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이런 혼란 속에서 '변동불거'가 얼마나 올해의 사자성어 1위로 꼽힌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가 마주한 위기의 본질이 '머물러 있으려는 속성'과 '변화하는 현실' 사이의 충돌에 있기 때문이다. 낡은 관념에 고착되어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에게 세상의 유동성은 공포로 다가오지만, 흐름을 읽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질서를 세울 기회가 된다.

- 주역이 전하는 역설적 희망

『주역』은 변화를 고통으로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하지 않는 것 不變이야말로 생명력을 잃은 상태라고 경고한다. "변함이 없다는 것은 성장이 멈췄음을 의미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만이 생동하는 우주의 본질이다."

교수들이 이 단어를 선택한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경직성에 대한 경계가 담겨 있다. 진영 논리에 갇힌 정치권, 과거의 영광에 매몰된 산업 구조, 그리고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의 벽을 깨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머물지 않고 흐를 때 비로소 물은 썩지 않으며, 변동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새로운 길(道)이 열린다는 뜻이다.

- 2025년, 유연함이 곧 경쟁력

이제 우리는 '변동불거'의 정신을 삶의 태도로 승화시켜야 한다. 변화를 통제하려 들기보다 변화의 파도 위에서 균형을 잡는 '유연한 지혜'가 필요하다.

- 흐름을 타는 자가 주인이 된다

2026년은 우리에게 더 거센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변동불거'는 우리에게 묻는다. 변화에 휩쓸려 떠내려갈 것인가, 아니면 변화의 흐름을 타고 나아갈 것인가. 2026년에는 한곳에 고여 썩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며 흐르는 강물 같은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체된 모든 것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새로운 시대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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