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예수 탄생 축하' 내건 절…교회·성당 신도들도 발걸음
"종교가 말하는 사랑은 같아"·"단합 이끌기를" 색다른 경험 찾는 시민도 사찰로
법정스님·김수환 추기경 만난 유서깊은 '종교화합'의 장…조계사도 트리모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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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 앞에 내걸린 '아기예수 탄생 축하' 현수막 [촬영 윤민혁 수습기자]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윤민혁 수습기자 = 25일 서울 성북구 길상사 앞에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기독교와 천주교의 대표적인 기념일에 불교 사찰에서도 이를 축하하기 위한 메시지를 낸 것이다.
길상사는 법정 스님이 창건해 문을 열 당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이 직접 참석해 축사하는 등 종교 화합의 장을 연출해 화제를 모았다. 천주교 신자인 최종태 조각가가 만든 관음보살상이 놓여있기도 하다. 길상사 측은 성탄절 축하 차원에서 지난 19일 덕수교회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날 길상사에서 만난 조서희 씨는 "관세음보살상이 성모 마리아의 형상과 비슷하다"며 "결국 종교가 말하는 사랑은 같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촌평했다.
그러면서 "종교가 서로를 갈라놓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단합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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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신자 최종태 조각가가 만든 길상사 관음보살상 [촬영 윤민혁 수습기자]
크리스마스인 이날 교회나 성당이 아닌 절을 향한 시민들의 발걸음도 적잖이 이어졌다. 아이들과 함께 길상사를 찾은 한의석(54), 안경자(47)씨는 "성탄절은 어제 광화문에서 즐겼고, 오늘은 절에 왔다"고 소개했다.
안씨는 "사실 저는 천주교 신자"라며 "남편이 불교에 가까운 무교라, 성당도 갔다가 절도 가자고 제가 제안했다"고 웃어 보였다.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시민도 절을 찾았다.
입대를 앞두고 여자친구와 길상사를 찾았다는 정재우(23)씨는 "이색적인 체험이 필요해 여기 오는 게 주요한 일정이었다"며 "유행에 예속되지 않는 특별한 공휴일을 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씨의 여자친구인 노우진(21)씨는 "저는 교회를 다니는데, 사찰 앞 '아기 예수 축하한다'는 문구가 인상 깊었다"며 "사실 배타적인 분위기에서 신앙생활을 했었는데 이렇게 (서로를) 이해해주고 존중해주는 것이 되게 좋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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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앞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 등 [촬영 윤민혁 수습기자]
서울 종로구 도심 속에 위치한 조계사에도 기도를 드리려는 인파가 이어졌다. 입구에는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의 등이 밝게 빛나 사찰 앞을 지나는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커플인 김성민(25)·김민선(25)씨는 "둘 다 종교가 없지만, 교회 말고 절을 가보자는 생각으로 왔다"며 웃었다.
김민선 씨는 "냄새(향기)나, 기도하는 분위기가 평화로워 절을 좋아한다"며 "내년에도 서로 의지하고 힘도 주고 하면서 올해처럼 잘 지냈으면 하는 소망을 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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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찾은 시민들 [촬영 윤민혁 수습기자]
readin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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