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좁은 방 대신 '공유'를?
과거 대학가 골목, "방 있음"이라는 투박한 종이가 붙어있던 하숙집을 기억하는가?
아주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에 둘러앉아 낯선 이들과 食口가 되던 풍경은 이제 추억의 한 페이지로 밀려났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세련된 인테리어와 기업형 관리 시스템으로 무장한 '코리빙(Co-living) 하우스'다.
2030 세대가 왜 이 '현대판 하숙'에 열광하는지, 그 주거 패러다임의 변화를 짚어본다. 1인 가구 1,000만 시대, 역설적으로 청년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연결'을 갈망한다. 하지만 그 연결은 과거의 하숙처럼 사생활이 침해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코리빙 하우스는 이 모순된 욕구를 '분리'와 '공유'로 해결했다. 잠을 자고 씻는 개인 공간은 호텔처럼 철저히 독립시키되, 주방·라운지·영화관 같은 공용 공간은 화려하게 꾸며 커뮤니티의 장으로 만든 것이다 "문 닫으면 완벽한 타인, 문 열면 다정한 이웃"이 가능한 이 구조는 개인주의와 공동체 의식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요즘 청년들에게 집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닌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낡은 빌라의 전세 사기를 걱정하며 큰 보증금을 묶어두느니, 차라리 높은 월세를 내더라도 안전하고 쾌적한 기업형 주거를 택한다.
조식 서비스, 정기적인 방 청소, 헬스장 이용권은 물론이고 입주민들과 함께하는 요가 클래스나 와인 파티까지. 이들에게 코리빙 하우스의 높은 임대료는 단순히 공간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번거로움을 대신해 주는 '구독 서비스'이자 취향을 향유하는 '경험 비용'인 셈이다.
- 주거가 곧 '퍼스널 브랜딩'
어디에 사느냐가 곧 '나'를 설명하는 시대다. 성수동이나 한남동 같은 핫플레이스에 위치한 코리빙 하우스는 입주자에게 단순한 거주지 이상의 정체성을 부여한다. 라운지에서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노마드적 삶'의 이미지는 SNS를 통해 공유되고, 이는 곧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된다.
하숙집이 '생존'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코리빙 하우스는 '나다운 삶'을 전시하고 실현하는 무대가 되었다.
- '사는(Buy) 것'에서 '사는(Live) 곳'으로
코리빙 하우스의 인기는 단순히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이는 주거의 가치 중심이 '자산'에서 '경험'으로, '소유'에서 '공유'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다. 물론 비싼 월세와 공동생활의 규칙은 여전히 숙제다. 하지만 파편화된 도시 삶 속에서 '따로 또 같이'의 가치를 찾아가는 2030의 발길은 당분간 이 세련된 현대판 하숙집으로 계속 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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