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특파원 김민준] 2025년 12월 14일 오후 6시 47분(현지 시각), 호주 시드니 본다이 비치 ‘평화롭던’ 호주 시드니의 심장이 처참하게 찢어졌다. 유대인의 빛과 희망을 상징하는 하누카 축제가 열리던 본다이 해변 아처 공원이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하며 최소 16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부상하는 충격적인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호주 정부는 이번 사건을 명백한 ‘반유대주의 테러’로 규정하며 국제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 “총성이 멈추지 않았다”... 행복했던 축제는 악몽으로

지난 14일 일요일 오후 6시 45분(현지 시간), 시드니를 대표하는 관광지 본다이 해변은 가족 단위 나들이객과 하누카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그러나 행복과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총성과 함께 아수라장으로 변한 공원에는 비명과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목격자들은 “총성이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쳤다”며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전했다. 유대인 공동체의 하누카 행사를 고의로 겨냥한 듯한 범행은 약 10분간 이어지며 무고한 생명들을 앗아갔다. 희생자 중에는 어린아이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 범인은 50대 아버지와 20대 아들… “표적 테러” 총리 규정

호주 당국은 이번 총격 사건을 ‘테러’로 선포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유대인 공동체를 고의로 겨냥한 악의적인 반유대주의 테러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범인들은 50세 아버지와 24세 아들인 부자 관계로 밝혀졌으며, 24세 아들은 파키스탄 국적의 나비드 아크람(Naveed Akram)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총기 6정을 회수했으며, 이 중 일부는 아버지의 합법적인 총기였다고 밝혔다.

용의자 2명 중 1명은 현장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사살되었고, 다른 1명은 중상을 입고 체포되어 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하누카 축제를 노린 표적 공격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 현지 수사 당국의 판단이다. 경찰은 추가 공범이나 배후 세력 여부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 “이 사람이 영웅이다!”… 맨몸으로 총든 괴한 막아선 시민

참혹한 현장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보여준 ‘시민 영웅’의 이야기가 전해져 감동을 주고 있다. 총격 당시 과일 가게를 운영하던 아흐메드 알 아흐메드(Ahmed al Ahmed) 씨는 맨몸으로 총기를 든 괴한에게 달려들어 몸싸움 끝에 총기를 빼앗는 용기를 발휘했다. 그의 용감한 행동은 더 큰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이었다는 평가다. 주 총리는 "그의 희생적인 용기는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었다"며 찬사를 보냈다. 현지 언론들은 그의 행동을 담은 영상을 보도하며 "이 사람이 바로 영웅"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 ‘총기 청정국’ 호주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국제사회 ‘반유대주의’ 경고

호주는 1996년 포트 아서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총기 규제를 시행해 온 국가였다. 30년 가까이 대형 총기 참사가 없었던 ‘총기 청정국’ 호주에 이번 사건은 엄청난 충격과 함께 총기 규제 무용론에 대한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호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스라엘 대통령은 즉각 성명을 통해 “반유대주의와의 싸움에 국제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반유대주의 정서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범행 현장 인근 용의자 차량에서 사제 폭발물까지 발견되면서, 호주 당국은 유대인 공동체 보안을 강화하고 추가 테러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

평화로웠던 본다이 해변의 비극은 호주 사회는 물론 전 세계에 반유대주의 테러의 심각성을 일깨우며,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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