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우리 사회가 디지털 플랫폼의 책임과 소비자 보호 수준을 어디까지 끌어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은 정부와 사법부가 논의하는 제재 수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바로 ‘영업정지’ 검토와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가능성이다.
- 플랫폼 기업의 자정 능력 경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기관에서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 카드까지 꺼내 든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최고 수위의 경고장으로 해석된다. 쿠팡은 수천만 명의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한국의 핵심 이커머스 인프라다. 이러한 기업이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혹은 축소 신고했다는 의혹까지 받는 상황은 기업의 데이터 관리 및 자정 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시사한다. 영업정지 카드는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린 기업은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할 자격이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다른 모든 플랫폼 기업들에게도 보안 및 윤리 경영이 성장의 필수 조건임을 상기시키는 준엄한 경고다.
- 소비자 권익 보호의 새 지평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현실화 가능성이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은 사업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전의 개인정보 유출 소송에서 피해자 1인당 배상액은 통상 10만 원 내외에 머물렀다. 기업들은 이 금액을 '영업 비용' 혹은 '위험 비용'으로 치부하며 손해배상 책임을 가볍게 여겨왔다. 그러나 쿠팡의 경우, 피해자가 수천만 명에 달하며, 최대 수조 원대의 징벌적 배상금이 부과될 경우 이는 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이번 사태를 통해 법원이 쿠팡의 과실을 '중대한 과실'로 판단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실질적으로 적용한다면, 이는 한국의 소비자 권익 보호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될 것이다. 기업이 보안에 소홀히 할 경우, '벌금'이 아닌 '존폐'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명확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신뢰 복구의 책임
쿠팡 사태는 우리 사회에 데이터는 곧 고객 신뢰라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명제를 다시금 깨닫게 해 주고있다. 정부는 엄중한 제재로 플랫폼 기업에 책임을 물어야 하며, 국회는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법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결국 쿠팡이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향후 5년간 회사의 모든 역량을 투입할 수준의 전면적인 보안 시스템 개편을 약속하는 것뿐이다. 고객들의 분노는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배신감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태가 한국 플랫폼 산업의 윤리적 책임감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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