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e뉴스=김민수기자]

12·3 비상계엄 1주년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흘러나온 “국민은 1년만 지나면 다 잊는다”는 발언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헌정 질서를 뒤흔든 사태 이후에도 일정 지지율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위기를 ‘기억의 퇴색’에 기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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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불법" 발언에 격노한 보수 지지층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29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 거리에서 열린 '국민의힘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양향자 최고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은 불법이었다"고 발언하자 당원들이 종이컵을 던지고 야유를 보내는 등 항의했다. 202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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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25~35% 사이의 지지율을 오가고 있다.
장동혁·윤상현 등 계파 간 갈등이 극심함에도 지지층 일부가 유지되는 현상을 두고, 당 일각에서는 “결국 돌아온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착시효과에 불과하다고 분석한다.
민주주의를 뒤흔든 계엄 시도 이후, 보수 지지층이 일시적으로 분노했다가 다시 결집한 것은 야당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스스로 만든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의 지지 기반이 지나치게 고령층·영남권에 집중돼 있다고 진단한다.
산업화 시기를 통과한 이 세대는 국가 발전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반공 의식을 공유해왔고, 이 감정이 보수 정당의 핵심 지지층을 떠받쳐왔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세대 확장성 부족, 정책 혁신 부재, 사회 변화 수용력 저하라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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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석방에 환호하는 지지자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그 옆은 윤상현 의원. 2025.3.8 yatoya@yna.co.kr

문제는 국민의힘이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기보다, 오히려 감정적 결속에 기대 정치적 생존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계엄과 같은 중대 사안을 두고도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는 식의 접근은 결국 스스로 지지 기반을 더욱 좁히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준석·김종인이 문재인의 검찰총장이던 윤석열을 대선 후보로 끌어들여 확장 전략을 시도해 승리를 거둔 사례는, ‘30% 지지층’만으로는 정권을 획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2025년 지방선거가 반년 앞으로 다가온 지금, 국민의힘은 여전히 계엄 사태의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계엄을 둘러싼 책임 문제를 정리하지 못한 채, ‘윤어게인’과 ‘구주류·신주류’ 간 내홍만 반복되면서 외연 확장은커녕 조직력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민생 경제에 대한 실질적 해법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야권을 견제하려는 최소한의 동력도 상실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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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장동혁 대표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9일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종합시장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충북 국민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29 [국민의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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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계엄 사태로부터의 분명한 단절,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보수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온다.
기존 지지층의 역사적 경험과 감정을 존중하되, 그 감정에 의존해 정치를 유지하려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총선·대선 등 주요 선거에서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적 책임 회피와 짧은 기억에 기대는 전략이 반복된다면,
계엄 사태는 ‘과거 사건’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극복하지 못한 정치적 족쇄로 남을 것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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