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동맹은 이해관계의 산물
미국은 세계 유일한 초강대국임을 인정해야 하고 현실이다. 이는 우리나라와 그 자체가 불균형임 또한 인정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미국은 오랫동안 민주주의의 수호자이자 안보의 보호자로 인식됐다. 기술과 자본의 원천이라는 신앙적 이미지까지 형성됐지만 국제정치는 신앙이 아니라 이해의 교환으로 작동한다.
미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반미가 아니라 국익을 지키는 최소한의 전략 감각이며, 외교에서 감정이 개입되는 순간 판단은 흐려지고 종속을 낳는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이며 그 기준은 감정이 아닌 현실이다.
II. 미국 전략 속 한국의 위치는 필요하지만, 언제든 대체 가능한 존재
미국의 세계 전략은 단순하다. 패권 유지. 인도·태평양 전략, 반도체 동맹, 중국 견제, 북핵 관리 등 모든 정책 축은 이 목적을 향해 있다. 한국은 지정학적·산업적 가치로 미국에 유용한 파트너이지만 그 지위는 절대적이지 않다. 미국이 더 유리한 조합을 원하면 전략적 무게는 일본·대만·필리핀으로 언제든 옮겨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중요하지만 대체 불가능한 존재는 아니다. 이 단순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외교는 자기기만이며, 동맹의 영속성이라는 환상에 기대는 순간 국익은 무기력해진다.
III. 경제·기술 동맹의 역설, 협력의 포장지 속 통제 메커니즘
미국은 공급망 동맹을 강조하지만, 실제 정책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지우는 위험을 품고 있다. 반도체 공장 현지 의무, 보조금 조건의 기술 자료 제출, IRA 전기차 차별, 배터리 연구자료 요구는 동맹의 언어로 포장된 산업통제 장치다.
미국은 한국 기업을 파트너로 대하면서 동시에 잠재적 경쟁자로 본다. 경제·기술 협력을 낭만적으로 믿는 순간 산업 주권은 외부로 빠져나가고, 동맹은 상호 번영이 아니라 이익 선점을 위한 도구가 된다. 국제경제에서 가치는 수사학일 뿐 실재는 이익 배분의 힘이다.
IV. 한미 안보의 비대칭, 심장은 한국에 있고 방아쇠는 미국이
한미동맹은 필수지만 구조적 비대칭은 명백하다. 전쟁의 피해는 한국이 감당하고 최종 군사 스위치는 미국이 쥔다. 북한 위기가 고조될수록 한국의 선택지는 줄고 미국의 영향력은 커진다. 미국의 목표는 북한 억제이지 한반도의 안정이나 통일이 아니다.
미국의 전략 목표와 한국의 생존 목표가 같다는 착각은 가장 위험한 오판이다. 동맹은 보호막이 아니라 상호 이해관계의 균형 구조라는 사실을 잊는 순간 외교는 통제에 가까운 의존으로 전락한다.
V. 미·이란 관계가 남긴 국제정치의 잔혹한 교훈
1979년 이란은 반미 혁명을 통해 미국과 정면으로 충돌했고, 그 대가는 참혹했다. 40년 넘는 경제 제재, 에너지·금융 시장에서의 고립, 중산층 몰락, 산업 기반 붕괴 등 국가는 장기 쇠락의 늪에 빠졌다. 이란이 무너진 결정적 이유는 반미 그 자체가 아니라 외교를 감정으로 처리한 데 있었다. 미국을 악마화한 것도, 미국을 과거의 후견자로 착각한 것도 모두 오판이었다. 이 사례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외교에서 감정은 국가를 파괴한다. 감정적 친미도, 감정적 반미도 모두 독이다.
VI. 대미 전략의 방향, 충성 경쟁이 아니라 조건 교환의 기술
한국의 대미 외교는 ‘조건부 Yes’를 기본값으로 삼아야 한다. 경제 협력에는 기술 주권을, 안보 협력에는 독자적 억제력 강화를, 인도·태평양 참여에는 대중 리스크 최소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 동맹은 명령·복종이 아니라 교환·협상 구조이며 절대적 친미는 반미보다 더 위험한 환상일 때가 있다. 미국은 한국의 국익을 대신 수행해 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국은 미국의 필요를 기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가져야 한다. 외교는 충성도가 아니라 거래의 정교함으로 평가된다.
VII. 냉철한 인식이 동맹의 지속
미국을 정확히 본다는 것은 반감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오해를 제거하는 것이다. 미국을 과대평가하면 종속이 되고 과소평가하면 고립이 된다. 정답은 이익 중심의 균형 동맹이다. 한국이 미국에 기대는 나라가 아니라 미국이 한국과 협력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나라가 될 때, 동맹은 비로소 지속성과 견고함을 갖는다. 외교에서 감정은 약점이고 국익은 나침반이다. 한국이 미국을 정확히 이해하는 순간, 동맹은 비로소 한국의 힘으로 재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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