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프로방스(Provence)지방을 여행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아니 어쩌면 그 여행의 목적지가 되어야 할 곳이 바로 '레 보 드 프로방스(Les Baux-de-Provence)'다. 레 보 드 프로방스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알프코트다쥐르 지방 부슈뒤론州에 위치한 소규모 마을로, ‘프로방스의 튀어나온 바위’라는 뜻을 가진 역사적인 요새 도시다.
빛의 채석장에서 바라본 알필산 봉우리 레 보 드 프로방스의 웅대한 자태
최근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되었으며, 알필산 봉우리 위에 위치해 아름다운 정경을 자랑하며 매년 1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붐비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폐광된 채석장을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빛의 채석장(Carrières de Lumières)'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감각과 영혼을 일깨우는 마법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 바위산 아래 숨겨진 예술의 보고
레 보 드 프로방스 자체가 웅장한 바위산 위에 자리한 마을이지만, 그 아래 깊숙이 들어선 빛의 채석장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
'빛의 채석장'입구에서 포즈를 취하는 필자
과거에는 석회암과 보크사이트를 채굴하던 삭막한 광산이었지만, 이제는 어둠과 빛, 그리고 음악이 완벽하게 조화된 예술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입구에서 동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서늘한 공기와 함께 고요한 어둠이 방문객을 감싼다. 그리고 잠시 후, 거대한 돌기둥과 14미터 높이의 벽면 전체가 살아있는 캔버스로 변모한다.
- 빛과 음악의 압도적인 향연
빛의 채석장의 진정한 매력은 '기술(Technology)'이 어떻게 '예술(Art)'의 경험을 극대화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매년 새로운 주제의 거장들을 선정하여 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데, 필자가 이 곳을 방문했을때는 "모네ㆍ루소 전시"였다.
인상파의 거장 '모네' 포스터 앞에 서있는 필자
고화질의 프로젝터들이 어둠 속 거대한 석회암 벽면에 이들 화가들의 작품을 투사한다. 수십 개의 그림이 벽, 기둥, 심지어 바닥과 천장까지 쉴새없이 움직이며 살아 숨 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시간가량 상영되는 이 프로그램의 1부 전시는 클로드 모네의 "빛과 물결"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인상파의 거장 모네가 포착한 빛의 순간이 어떻게 돌벽위에서 움직이는지 보는 것 자체만으로 설레었다.
2부는 루소의 "정글과 상상"을 소재로 한 전시로 분위기부터 확 달라진다. 흡사 초록빛 정글속에 들어온 것처럼 사방이 초록색으로 물들고 타악기 소리의 음악과 어우러진다. 이 시각적 향연을 완성시키는 것은 다름아닌 이국적인 음악이다. 클래식부터 현대 음악까지, 선정된 작품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사운드가 웅장한 동굴 공간을 가득 채운다. 관람객들은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을 넘어, 음악과 빛에 완전히 '둘러싸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거대한 석회암 벽면에 투사되는 모네의 작품 앞에 서있는 필자
빛의 채석장이 주는 매력은 우선 사방이 돌과 어둠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빛이 터져 나올 때의 경이로움은 일반적인 미술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한마디로 몰입감이다. 다음으로 익숙한 명화들이 거대한 스케일과 역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새로운 의미와 해석으로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프로방스의 강렬한 햇살 아래 있던 바위가 어둠 속에서 빛을 반사하며 예술 작품의 배경이 되는, 지역 특색을 활용한 창의적인 재탄생의 완벽한 사례다. 레 보 드 프로방스 '빛의 채석장'은 단순한 전시가 아닌, 빛과 그림자, 예술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무대다.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프로방스의 따뜻한 풍경 속에서 가장 차갑고도 뜨거운 예술적 감흥을 경험하는 특별한 여행이 될 것이라 감히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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