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대기업다니는 김부장이야기' 한장면


최근 JTBC에서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시청률과 화제성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그 내용 중 일부가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바로 '안전'의 의미와 가치를 노골적으로 희화화하고 폄훼했다는 지적이다.

- 안전 관리직을 '한직'으로 묘사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 김낙수 부장은 본사의 중요 업무에서 실패하자, '징벌적 좌천 인사'로 지방 공장의 안전관리팀장으로 발령을 받는다. 이 설정 자체가 이미 중대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생명을 지키는 안전 관리 업무를 마치 본사에서 밀려난 인력들이 가는 '쓸모없는 한직'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 관리 직무는 기업의 존폐를 좌우할 만큼 중요성이 커진 핵심 직무다. 그런데 드라마가 이를 단순한 '벌칙성 좌천'으로 묘사하는 것은,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안전 전문가들의 숭고한 노력을 무시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더 큰 문제는 안전 관리 업무 자체를 묘사하는 방식이다. 극 중 안전팀장은 개똥을 치우거나 변기를 뚫는 등의 단순 잡역에 시달리고, 심지어 동료로부터 "안전점검표는 대충 처리하라"는 조언을 듣기도 한다. 이는 안전 업무를 본질과 무관한 잡일로 격하시키고, 안전 불감증을 부추기는 위험한 연출이다.

안전 관리의 핵심은 위험 요소를 사전에 발굴하고 통제하며,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전문성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직무를 희화화하여 웃음거리로 만든 것은, 우리 사회가 수많은 희생을 통해 간신히 구축해 온 안전 의식을 퇴행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 드라마, '현실'의 가치를 반영해야

드라마는 현실의 이슈를 반영하며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다. 그러나 안전 문제만큼은 가볍게 다룰 영역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반복되는 산업 현장의 참사는 안전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것이 훼손되었을 때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뼈아프게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김 부장'의 처지를 보여주기 위해 '안전'을 희생양으로 삼고 짓밟은 것은, 사회적 책임을 가진 미디어로서 매우 부적절한 태도라고 볼 수도 있다. 단순히 흥미를 위한 설정이었다고 변명하기에는, 안전 문제의 무게감이 너무나 무겁다.

방송사는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깊이 인식하고, 생명의 가치를 폄훼하는 방식으로 논란을 만들 것이 아니라, 안전의 중요성을 제대로 조명하여 시청자들의 올바른 인식을 돕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할 것이다. 안전은 그 누구에게도 '좌천'될 수 없는 최우선의 가치라는 것을 우리 모두 새삼 느꼈으면 한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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