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나는 병든 엄마 도와야 하는데…국가가 엄마주소 숨기네요"
"아동권리보장원은 등기 우편 3통 보내고 할일 다 한 것인가요"

"입양간 자녀 알권리 짓밟아서는 안된다"…영국 입양인 인터뷰

"연간 1만건 육박하는 등기 우편 확인 어려워"…아동권리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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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시절 김준호 씨 [본인 제공]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친어머니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동권리보장원(NCRC)은 어머니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서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친부모의 동의가 없으면 부모의 주소와 연락처 등 관련 정보를 알려줄 수 없도록 하는 현행법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친부모의 주소지에 등기우편 세 통 보내고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데, 이게 당국이 할 일을 다 한 것인가요? 나는 지금 어머니가 심각한 질환에 걸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머니를 도울 방법이 없어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제발 어머니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는 영국 입양인 김준호(49) 씨가 연합뉴스와의 SNS 인터뷰에서 전한 내용이다.

입양 가족을 찾는 단체 FPF(Find Parents Family)의 류동익 공동대표(사회복지학 박사)는 "김 씨가 애타게 친어머니를 찾는데,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은 어머니가 아픈지, 입양 간 아들이 찾고 있는 것을 알고는 있는지, 아들을 안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는지 등 모든 것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동권리보장원이 등기우편 세 번 보내고는 아무런 접촉 시도를 안 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 등기우편이 어머니한테 전달되지 않고 중간에 차단됐다면 이 기관의 일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부모-자식 간의 천륜을 형식적 등기우편 세 통 정도로 처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아동권리보장원 측은 "김 씨의 친어머니에게 등기우편을 3번 보냈고, 지인이 대리 수령했다"면서 "그 지인이 누구인지, 친어머니가 그 등기우편을 직접 봤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기관은 "직원 5명으로 연간 1만건에 육박하는 등기우편 결과를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면서 "유선 전화를 이용해 친부모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방안에 대해 국회의원실과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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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인 김준호 씨를 돕고 있는 류동익 FPF 공동 대표 [윤근영 기자 촬영]

<입양인 김준호 씨가 친모에게 보내는 편지>

어머니께 드리고 싶은 말 (To My Mother)

어머니, 저는 간절히 어머니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 마음에는 어머니와의 만남으로만 채워질 수 있는 빈 구멍이 있습니다.

평생 어머니를 생각하며 어떤 분이실까, 지금은 어떻게 지내실까 궁금했습니다.

어머니께 고통이나 문제를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어머니가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라고, 혹시 그렇지 않다면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어머니와 재회하여 서로를 알아갔으면 합니다.

어머니의 가족이나 삶을 방해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모든 것을 존중하고 조용히, 신중하게 행동하겠습니다.

저를 입양 보내야 했던 아픈 사정이 무엇이든, 저는 어떤 원망이나 분노도 없습니다. 무조건적 사랑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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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씨 모습 [본인 제공]

-- 본인은 어디에서 태어났나.

▲ 나는 입양 기록상으로는 1976년 3월 1일 인천에서 태어났다. 그때 김준호라는 이름을 받았다.

-- 몇 살 때 입양 갔나.

▲ 나는 두 번째 생일을 맞기 직전인 1978년에 입양됐다. 생후 23개월 만이었다. 양부모님은 영국분이다. 당시 벨기에에 살고 계셨기 때문에 내가 도착한 곳은 벨기에였다. 부모님은 나의 이름을 킴 로이드(Lloyd Kim)로 바꿔 주셨다.

-- 양부모님은 어떤 분이신가.

▲ 사랑이 많고 따뜻한 분들이다. 나는 안전하고 행복한 환경에서 자랐고, 양부모님은 진심으로 나를 사랑해주셨다. 입양된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나는 가질 필요가 없었다.

-- 본인의 최종 학력은 어떻게 되나.

▲ 벨기에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영국의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석사(MSc) 학위도 취득했다. 나는 런던의 전력거래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지금은 사업 파트너와 영화 관련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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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엄마품동산' 찾은 해외입양인들 '2025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에 참가한 입양인들이 11월 11일 경기 파주시 조리읍에 있는 엄마품동산 '기억의 벽'을 방문했다. 이들은 입양인들의 이름이 적힌 카드를 보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연합뉴스 사진]

-- 본인은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나.

▲ 나는 한국인의 몸을 가진 서양 사람이라고 느낀다. 세상을 바라보고 사고하는 방식은 서양인과 같다. 그런데 거울을 볼 때마다 내가 서양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곤 한다. 서구 사회에서 소수 인종으로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 유럽 생활에서 차별이나 정서적 어려움을 겪었나.

▲ 노골적인 신체 폭력은 아니었지만, 일반적 형태의 인종차별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두려움과 불안감을 가지게 됐다. 지금도 그 여파가 남아 있다.

-- 본인은 결혼했나.

▲ 몇 년 전 결혼했고, 두 명의 예쁜 딸이 있다. 아버지가 된 후, 부모와 자식 사이의 특별한 유대감을 느끼게 됐다. '양육'이란 것이 얼마나 깊은 의미를 갖는지도 알게 됐다. 아이를 입양 보낼 때 부모가 어떤 감정이었을지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이는 내가 친가족 찾기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 입양기록에는 생모와 약 11개월간 함께 살았다고 돼 있는데.

▲ 친어머니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나를 입양 보낸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 친어머니에게는 나를 직접 키워보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친아버지가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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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 동포청 주최로 2025년 11월 10일부터 5일간 서울과 지방에서 열린 입양인 동포대회가 14일 부산의 동래구 한 호텔에서 폐막식을 가졌다.

[동포청 제공]

?- 본인은 왜 그토록 친어머니를 만나고 싶어 하나.

▲ 나는 평생 채워지지 않는 슬픔과 공허함을 안고 살았다. 내 안의 한 부분이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이 있다. 그것은 아무리 좋은 삶을 살아도 메워지지 않았다. 이제 그걸 치유하고 싶다. 그리고 어머니가 아프시다면 도와드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매우 고통스럽다.

-- 본인을 키우지 않고 입양 보낸 어머니인데.

▲ 원래는 친어머니가 나를 낳은 후에 곧바로 버렸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친부모 찾기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입양기록을 통해 친어머니가 나를 11개월 동안 키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를 직접 구청에 데려가 맡겼다는 것도 알게 됐다. 엄마는 나를 버린 것이 아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식으로서 부모를 찾아야겠다는 강한 열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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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씨의 모습 [본인 제공]

-- 친어머니에 대해 궁금한 게 있다면

▲ 지금 괜찮으신지, 행복하신지 알고 싶다. 그리고 과거에 어머니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 나의 형제나 이복형제가 있다면 그들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나의 뿌리에 대해 그리고 내 입양 배경에 관해서도 묻고 싶다. 이는 어머니만이 말해줄 수 있다.

--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면, 첫 마디는 무엇일까.

▲ "그동안 많이 그리웠어요. 저를 11개월 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고통스러운 결정을 해야 했던 것이 미안하고 안타깝습니다. 나는 잘 살아왔습니다. 이제 우리 함께 잃어버린 세월을 조금이라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이런 말을 하고 싶다.

-- 어머니와 함께 무엇을 하고 싶은가.

▲ 나는 음식을 정말 좋아한다. 어머니와 함께 음식을 만들고, 같이 먹고 싶다. 음식은 한 나라의 영혼이 담긴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함께 산책하며 어머니를 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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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합정동 홀트아동복지회 건물 [연합뉴스 사진]

-- 부모님 찾기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 나는 2022년에 가족 찾기를 시작했다. 먼저 나의 입양을 알선한 홀트아동복지회에 요청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 후 나는 2023년에 해외입양연대(GOAL)에 연락했고, 서울과 인천에서 가족 찾기 활동을 함께 진행했다. 2024년에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요청했고, 올해 4월 이 기관으로부터 친어머니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 어머니를 바로 만났나.

▲ 그렇지 않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친어머니한테 등기우편을 세 차례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했다. 내가 추가로 어머니의 주소 등에 대해 질의하자 이 기관은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있다고만 알려줬다. 병원의 위치 등 다른 구체적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 당시 느낌이 어떠했나.

▲ 매우 복잡한 감정이었다. 일단 어머니가 아직 살아 계신다는 소식에 기뻤다. 그리고 언젠가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동시에 어머니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점, 그리고 어떤 병으로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디에 계신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은 큰 슬픔이고 고통이었다.

-- 아동권리보장원은 왜 어머니 주소를 알려주지 않나.

▲ 부모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법(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법은 부모의 권리에만 치우쳐 있고, 자녀의 '출신에 대해 알 권리'를 전혀 보장하지 못한다.

-- 아동권리보장원은 본인의 친모를 직접 만났나.

▲ 아닐 것이다. 어머니가 계신다는 요양병원에 세 통의 편지를 보낸 것이 전부였을 것이다. 아동권리보장원은 더 이상 나한테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나와 친모 사이에서 연락을 중개하는 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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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행사에서 인사말 하는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 2023년 11월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아동학대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 본인이 애타게 찾고 있다는 것을 친어머니는 알고 있나.

▲ 그것도 불확실하다. 어머니가 그 편지를 실제로 읽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어머니가 나와의 만남을 거부했는지, 어머니가 우편을 받아볼 만한 상태인지에 대해서도 나는 아는 게 없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이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 그 기관은 왜 알려주지 않나.

▲ 엄격한 규정이 있고, 충분한 인력이 없다 보니 개인 상황에 맞춘 세심한 접근을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적어도 편지를 받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부모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재회를 돕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 현행 등기우편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특정 상황에서는 아동권리보장원 담당자가 직접 주소지에 조용히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부모에게 과거와 마주해야 한다고 말해줘야 한다. 자녀에게는 부모의 정보에 접근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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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정 장관이 2025년 11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 국회, 정부, 지방자치단체에 전하고 싶은 말은.

▲ 해외로 입양된 23만 명의 한국 입양인들이 친가족을 찾고, 자기 뿌리와 문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입양을 선택하지 않았고, 해외로 보내지는 데 동의한 적도 없다. 우리에게는 어디서 왔는지, 알 권리가 있다. 국가는 그 권리를 보장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평온한 삶을 누릴 권리도 존중돼야 하지만, 그것이 자녀의 권리를 짓밟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두 가지 권리는 상충하지 않으며, 현명하고 세심하게 조율될 수 있다고 본다. 입양인들이 뿌리를 찾고 이와 연결될 수 있도록 아동권리보장원과 관련 기관에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을 지원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줄여줬으면 한다.

-- 입양기관에 전하고 싶은 말은.

▲ 입양인들이 친부모를 찾는 노력을 방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과거에 입양 기관들에 잘못된 일이 있었다면, 이제는 책임을 인정하고 바로잡을 때다. 계속 숨기고 방해하는 것은 또 다른 범죄 행위다. 너무 많은 고통과 슬픔이 쌓여 있다. 입양 기관에는 너무 많은 비밀, 장벽, 불투명이 존재한다.

-- 입양 기관들이 불법행위를 했다고 보나.

▲ 대부분의 입양 기관이 처음에는 좋은 의도로 설립됐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일부 기관에서 부패나 불법이 일어났다면, 그것이 예외적인 일이기를 바란다. 처음의 긍정적인 목적을 되살려 입양인을 돕기 바란다.

-- 아동권리보장원에 하고 싶은 말은.

▲ 기관의 이름처럼 '아동의 권리'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입양인들이 친부모를 찾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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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보장원 로고

<아동권리보장원의 입장>

[※ 편집자 주= 연합뉴스는 공정하고 객관적 보도를 위해 아동권리보장원 측에 김준호 씨 지적과 관련한 질문을 했으며, 아래는 그 답변을 정리한 것입니다.]

-- 김준호 씨 친어머니가 있는 곳을 찾았나.

▲ 그렇다. 그런데 등기우편 3통을 보냈지만, 회신이 오지 않았다.

-- 그 등기우편을 누가 수령했나.

▲ 지인이 대리 수령한 것으로 알고 있다.

-- 김 씨 어머니는 요양시설에 있다고 하는데, 그 지인은 누구인가.

▲ 그건 확인하지 못했다.

-- 지인이라고 하면 시설장도 아니고, 가족도 아닌 듯한데, 지인이 대리 수령해도 되나.

▲ 그건 등기우편을 보내는 우체국에 확인해봐야 한다.

-- 그 지인이 김 씨 어머니한테 등기우편을 보여줬나.

▲ 그것도 확인하지 못했다.

-- 입양인의 입장에서는 친부모 찾기가 삶과 죽음의 문제처럼 중요하다고 하는데, 너무 소홀하게 처리되는 것 아닌가. 아동권리보장원 직원이 입양인의 부모를 직접 만나서 자녀를 만날 생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우리 기관의 관련 직원은 5명뿐이다. 입양인들의 가족 확인 청구는 연간 3천명에 달한다. 등기우편은 사람당 3번 보내니 연간 1만건에 육박한다. 현재 수준의 인력으로는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해결책은 뭔가.

▲ 우리 기관도 등기우편 보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유선 전화로 친부모의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입법이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어서 현재 국회의원실과 논의 중이다.

-- 그동안 전화 방식이 채택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 한국은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나라다. 의원들도 저마다 의견이 다르다. 관련 부처들도 설득해야 한다. 이 과정이 쉽지 않아서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keun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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