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픽!] 세상의 한계를 넘고 싶었던 전략가…'푸른 눈의 책사'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우리는 왕이 되는 이야기만큼 왕을 만드는 이야기도 좋아한다.
'삼국지연의' 속에서 돗자리를 짜다가 한중왕까지 오른 유비보다도, 명재상 제갈공명에 몰입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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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푸른 눈의 책사' [카카오웹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웹툰 '푸른 눈의 책사'는 이처럼 왕보다 매력적인, 막후의 권력자 책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작중 배경인 나라 은조에는 푸른 눈의 책사라고 불리는 전설적인 인물이 있다. 간교한 꾀를 내어 은조의 적통 왕자를 살해하고, 가짜 왕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진 이다.
외부적으로는 이양인(외국인) 지언이 책사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그의 딸 해안이 모든 것을 결정해왔다.
해안은 비상한 머리를 갖고 태어났지만, 궁 잡부의 딸이라는 비천한 신분, 이양인의 피, 여성이라는 한계를 겹겹이 안고 있었다.
자신의 육신, 작은 방, 신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을 안고 해안은 자기 뜻을 펼치기 시작한다.
권신 예광의 눈에 들어 어린 왕 공화와 친분을 쌓고, 잡부인 아버지가 공을 세울 수 있도록 해 공신 자리를 얻어낸다.
세상을 뒤집어 자신이 원하는 나라도 만들어간다. 힘의 균형을 깨고 은조의 왕을 황제로 만들기 위해 전쟁과 화평책을 번갈아 쓰기도 한다.
다만, 육신을 벗어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해안은 아버지 지언의 입을 통해서만 주장을 펼치고, 그의 눈과 귀를 통해 조정의 정세를 파악할 뿐이다.
이 와중에 지언이 세상을 떠나면서 해안에게 위기가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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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푸른 눈의 책사' 한 장면 [카카오웹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비상한 전략으로 판을 뒤집고, 왕과 대장군의 막역지우로 지내며 천하를 주무르려는 해안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여기에 더해 비주류의 욕망을 본격적으로 다뤘다.
이 웹툰은 태생부터 한계가 있고, 주변인으로 살아온 여성 해안, 이양인 지언, 난쟁이 의원 등 여러 인물을 내세운다.
특히 작 초반 반토막이라고 불리는 난쟁이 의원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그가 해안에게 감화받아 자기만의 취미를 갖게 되며, 더 나아가 욕망을 품는 과정이 세밀하게 그려졌다.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시키는 배경도 재밌다.
황조, 양조, 남조 등 각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은조가 이들을 복속시켜 황제국으로 우뚝 서려는 모습이 마치 고사 속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카카오웹툰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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