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샘갤러리에서 봉사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필자(좌측 세번째)
- 고통을 연구로 승화한 쌍둥이 형제의 인류애적 과학 여정
병실의 하얀 불빛 아래, 한 소년은 세상의 불공평함과 마주해야 했다. 양손과 발가락의 합지 장애로 태어난 김태양 군은 수많은 수술과 재활의 시간을 견디며 자랐다. 그러나 그에게 남은 것은 단순한 고통의 기억이 아니었다. 같은 병실에서 만난 또래들의 절망, 자녀의 장애를 숨기려는 부모의 눈물, 그리고 세상이 외면하는 고통의 실체였다. 김태양 군은 어린 나이에 결심했다. “내가 누군가의 희망이 되어야겠다.”
그 결심은 단순한 동정심이 아니라, 실천으로 이어진 사명감이었다. 그는 필리핀 아테네오 드 세부 스쿨에서 외국인 최초로 학생회 임원을 맡으며 리더십을 발휘했고, 로봇 동아리 회장으로서 기술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최근에는 의수(義手) 제작 프로젝트를 직접 설계하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다시 손을 잡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단순한 기술개발이 아니라, 고통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감의 과학’이다.
한편, 그의 쌍둥이 동생 김태의 군은 형의 아픔을 지켜보며 또 다른 방향의 여정을 걷기 시작했다. “같은 DNA를 가진 형제가 왜 서로 다른 운명을 타고났을까?” 이 물음은 그를 생명과학과 데이터 과학의 세계로 이끌었다. 유전학, AI 기반 유전체 분석, 의학 통계와 예측 모델링 등, 그가 탐구하는 영역은 단지 학문적 호기심을 넘어서, 인간 생명의 근원을 이해하고자 하는 형제애의 연장선이다.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모든 생명이 건강하게 보호받는 세상을 만들겠다.” 형의 손끝에서 시작된 ‘기계적 복원’이 인간의 삶을 회복시키는 기술이라면, 동생의 연구는 그 원인을 찾아내어 고통 자체를 예방하려는 ‘데이터의 인류애’다.
김태의 군은 수의학, 약학, 바이오 분야로 학문을 확장하며, 인간과 동물, 생명 전체의 건강을 아우르는 미래 의료 생태계를 그려가고 있다.
이 형제의 이야기는 한 가족의 서사가 아니다. 그것은 ‘공존’과 ‘공감’, 그리고 ‘헌신’이 어떻게 과학의 언어로 번역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서사다. 김태양 군은 고통 속에서 사명을 발견했고, 김태의 군은 형의 고통을 과학적 탐구로 승화시켰다. 한 사람의 고통이 또 한 사람의 탐구가 되었고, 그 둘의 여정은 결국 인류의 미래를 향한 희망의 실험이 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묻는다. “과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지식은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김태양·김태의 형제는 이미 답을 내놓았다.
과학은 인간을 위한 것이며, 진정한 연구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
오늘날, 전 세계의 청소년들이 경쟁과 불확실성 속에서 흔들릴 때, 이 형제의 여정은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환경은 한계를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의 상처는 인류 전체를 위한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김태양 군의 병실에서 피어난 사명감이 기술로, 김태의 군의 호기심이 데이터 과학으로 확장되며, 두 사람은 ‘형제애가 만들어낸 혁신’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들이 바라는 세상은 단순하다.
“우리가 만든 작은 빛이 누군가의 인생에서 커다란 희망의 불빛이 되기를.”
그들의 여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리고 이 시작은, 과학이 인간의 마음과 만날 때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가장 따뜻한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조중동e뉴스는 다양한 의견을 존중합니다. 본 칼럼이 열린 논의와 건전한 토론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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