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감탄한 신라의 금빛…104년 만에 모인 금관에 '오픈런'
국립경주박물관, 금관·금 허리띠 모은 특별전 오늘부터 선보여

가장 오래된 교동 금관 지나 같은 듯 다른 금관·금 허리띠 눈길

고고학계의 '꿈의 전시'…'트럼프 선물' 천마총 금관, 실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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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박물관에 모인 신라 금관 (경주=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7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박물관 개관 80주년 기념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언론 공개회에서 신라 금관이 공개되고 있다. 2025.10.27 psik@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신라라는 산이 많은 나라가 있다. … 그곳에는 금이 풍부하다."

이슬람 지리학자인 이븐 쿠르다지바(820∼912)는 기행문 '도로와 왕국 총람'에서 이런 글을 남겼다고 전한다. 예부터 신라는 금이 풍부하고 기술이 좋았다는 것이다.

특히 신라의 최고 지배자를 '마립간'(麻立干)이라 부르던 5세기부터 6세기 전반까지 약 150년은 황금 문화가 정점에 달하며 화려함을 꽃피우던 전성기로 여겨진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무덤에서 수많은 금빛 유물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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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금관' 특별전을 보기 위해 대기하는 관람객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모양과 신비로움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유물이 된 신라 금관 6점이 모두 모였다.

지난달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국보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감탄한 찬란한 금빛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은 2일부터 신라역사관 3a실에서 현재까지 발굴한 신라 금관 6점을 모두 모은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을 선보인다.

1921년 9월 경주 노서동의 한 무덤에서 우연히 발견된 금관총 금관부터 금령총, 서봉총, 천마총, 황남대총, 교동 출토 금관까지 총 6점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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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금관 한자리에 (경주=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7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박물관 개관 80주년 기념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언론 공개회에서 신라 금관이 공개되고 있다. 2025.10.27 psik@yna.co.kr

이번 전시는 고고학 연구자는 물론, 박물관 내에서도 오래도록 꿈꾸던 전시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지난 달 27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그동안 개별적으로 공개하던 신라 금관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이는 사상 최초의 전시"라고 설명했다.

올해 가장 기대되는 전시로 꼽혀온 만큼 일반 관람이 시작되는 이날 오전 이른 시간부터 박물관에는 '오픈런'(문이 열리자마자 구매하거나 관람하기 위해 뛰는 현상을 뜻함) 하려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전시가 열리는 신라역사관 주변으로는 길게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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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진행 (서울=연합뉴스) 국립경주박물관은 APEC 2025 정상회의와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오는 28일부터 12월 14일까지 진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천마총 금관과 금제 장신구들. 2025.10.27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이번 전시는 신라의 황금 문화를 집약한 유물 단 20점만을 다룬다.

금관과 더불어 금 허리띠 6점까지 세트로 공개하는 것도 처음이다. 전시 유물 가운데 국보가 7점, 보물이 7점으로 신라의 황금빛 광채를 총집결한 자리다.

전시를 기획한 김대환 학예연구사는 "신라 금관은 하늘과 땅을 하나로 잇는 다양한 상징들로 구성돼 있다. 나라의 정체성과 세계관뿐 아니라 마립간의 권력과 위신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경주, 청주에 흩어져 있던 신라 금관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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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총 금관 모형'과 한미 정상 (경주=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가장 먼저 만나는 경주 교동 금관은 1969년 도굴꾼이 몰래 무덤을 파헤치다 발견한 것으로, 이후 '장물'로 팔려다 정부 당국에 압수된 이야기가 전해져 흥미롭다.

흔히 잘 알려진 신라 금관과 달리 형태가 단순한 점도 눈에 띈다.

관 테에 고정하는 세움 장식도 평이하고, 옥을 반달 모양으로 다듬어 끈에 꿰어서 장식하는 굽은옥(곡옥·曲玉)도 없다. 가장 오래된 신라 금관으로 추정되는 유물이다.

이어진 '금관의 방'은 시선을 사로잡을 만하다. 금령총, 금관총, 서봉총에서 출토된 금관과 금 허리띠가 벽면에 나란히 전시돼 관람객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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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금관' 전시를 보기 위해 대기하는 관람객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화려한 금빛 너머로 각 금관이 가진 '깨알' 특징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예컨대 금령총 금관에는 가느다란 금띠와 파란 유리가 돋보이는 금방울(금령·金鈴)이 달려 있으며, 서봉총 금관은 관 안에 둥근 모자를 만든 점이 독특하다.

세 마리의 새를 표현한 점도 서봉총 금관에서만 발견되는 색다른 시도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황남대총 북분(北墳·북쪽 무덤)에서 출토된 금관이 위용을 뽐낸다. 교동 금관을 제외한 신라 금관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다.

황남대총 북분의 경우, 금관과 더불어 '부인의 허리띠'(夫人帶·부인대)라는 글이 새겨진 허리띠가 함께 발견돼 학계에서는 왕비의 무덤으로 본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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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금관' 전시를 보기 위해 대기하는 관람객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모형을 만들어 선물한 천마총 금관은 전시 마지막 부분에 만날 수 있다.

천마총은 1973년 문화재관리국(현 국가유산청)이 발굴한 무덤으로, 해방 이후 우리 손으로 발굴 조사를 벌여 신라 금을 비롯한 1만1천여 점의 유물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 받고는 "아주 특별하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으며, 직접 전용기에 실어 미국으로 가져가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라 금관 가운데 가장 화려한 것으로 꼽히는 천마총 금관과 모관(帽冠·머리 위에 올려 쓰는 모자 형태의 관), 관식(冠飾·관을 꾸미는 장식)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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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여사, 국립경주박물관 관람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30일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전시가 열리고 있는 국립경주박물관을 찾아 윤상덕 박물관장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2025.10.30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금관을 자세히 보고 싶다면 전시장에 설치된 화면을 이용하면 좋다.

각 금관의 세부 모습을 촬영한 고화질 영상과 더불어 금관의 순도, 사용 목적, 신라의 금 산지 등 주요 연구 이슈와 쟁점을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박물관은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기존 상설 전시 관람과 특별전 관람을 구분해 신라역사관 서문으로 입장하도록 할 방침이다.

전시는 1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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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동선 안내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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