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은 때로 가장 큰 배신이 된다

사람은 보물이지만, 때로는 상처가 된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참으로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 만남 속에는 인연도 있고, 배움도 있으며, 때로는 평생의 보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만큼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고, 속고, 삶의 방향을 잃는 경우 또한 허다하다. 세상은 인간관계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만큼 사람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자 역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느낀 것이 있다.겉으로는 화려하고, 말로는 정을 이야기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계산을 굴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사기를 당하거나, 억울한 누명을 쓰고, 말 한마디 없이 고통을 껴안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번에 소개할 K모 회장의 이야기도 그중 하나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타산지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가짜뉴스 한 줄이 무너뜨린 한 사람의 인생

K회장은 도시 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남보다 앞선 눈과 부단한 노력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인물이었다. 그의 탁월한 경영감각과 선견지명은 그를 부자로 만들었고, 많은 이들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게 했다.

그 도시의 중심 상권에 두 동의 건물을 완공하면서 그는 지역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성공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한 신문사의 기자가 쓴 단 한 줄의 허위 기사 때문이었다.

L시장의 측근으로 온갖 이익을 챙긴 인물.”

그 문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K회장의 아내가 운영하던 미술관은 시청에 유명 작가의 작품을 임대해 관리비 명목으로 임대료의 10%를 받는 정도였다.

수익은커녕, 적자가 누적되어 운영을 포기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진실보다 자극적인 거짓을 더 믿었다. 침묵은 때로 가장 큰 배신이 된다 허위 보도가 나간 뒤, K회장은 1년 넘게 검찰 조사를 받았다.

주변의 사람들은 뱀처럼 등을 돌렸고, 친구라 믿었던 이들마저도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더 큰 문제는 그 가짜뉴스의 당사자로 언급된 L시장이었다. 그는 청렴결백하다는 평을 받던 인물이었으나, 정작 진실을 말해야 할 때는 침묵했다.

“나는 그와 무관하다”는 한마디면 충분했지만,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 침묵이 K회장에게는 가장 잔혹한 칼날이 되어 돌아왔다. 끊임없는 오해와 비난, 부부 간의 갈등, 그리고 무너지는 명예. 결국 회사는 부도가 나고, K회장은 삶의 기반을 모두 잃었다. 그 많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떠나갔다. 그는 전국을 떠돌며 7~8년의 세월을 외롭게 보내야 했다.

용서의 끝은 쓸쓸하다고 회고하며 푸른 바다를 응시하는 필자


용서의 끝은 쓸쓸함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필자는 우연히 K회장을 만났다. 그는 한참 동안 지난 이야기를 꺼내며 담담히 말했다. “이제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낙엽처럼 쓸쓸했다. 모든 것을 용서했지만, 그 용서의 끝에는 여전히 인간의 배신감과 허망함이 남아 있었다.

사람과 신뢰, 그 무게에 대하여

K회장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진실보다 소문이 먼저인 세상, 우리는 얼마나 신중히 말하고, 얼마나 쉽게 침묵하는가.’ 사람은 보물이지만, 그 보물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혜와 분별이 필요하다.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릴 수도, 한 줄의 글이 인생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의 불행 위에 서는 성공은 진정한 승리가 아니다. 그리고 억울함 속에서도 원망 대신 용서를 택한 K회장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묵직한 교훈을 남긴다.

발행인겸 필자 김명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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