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선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은
21세기에 들어서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문명사적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 속에 머물렀던 기술들이 현실이 되었고, 인공지능(AI)은 이제 인간의 일상과 산업, 나아가 사회 질서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넘어, AI가 인간의 사고와 창조의 영역까지 침투한 지금, 우리는 역사상 유례없는 변화의 파도 앞에 서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집이 곧 직장’이 되었고, 공장에서는 노동자 대신 로봇이 일하며, 전쟁터에서는 드론이 병사를 대신해 싸운다.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며 소설을 쓰는 일조차 AI의 몫이 되었다. 병원에서의 진료, 법률 자문, 심지어 재판 예측까지 인공지능이 담당한다. 우리는 이제 인간의 손보다 기계의 계산이 더 정확하고 빠른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양날의 검이다. AI의 눈부신 진보는 편리함을 주었지만, 동시에 인간의 사고력과 자율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학생들은 스스로 탐구하기보다 인공지능에게 답을 구하고, 사회 곳곳에서는 AI가 생성한 가짜뉴스와 조작된 영상이 진실을 위협한다. 기술의 진보가 곧 인간의 진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국제 질서 또한 요동치고 있다. 첨단기술을 둘러싼 패권 경쟁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심화되고 있으며, 경제적 갈등은 안보의 영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AI 칩, 배터리 등 기술 패권의 최전선에서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 놓여 있다. 한때 ‘반도체 강국’이라 불리던 우리의 위상은 흔들리고 있으며, 관료주의적 행정과 규제의 벽은 혁신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 위기다.
안보 환경 역시 불안정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냉전 이후의 잠복된 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미·중의 대만 갈등은 동북아 정세의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은 고체연료 미사일, 극초음속 무기, 잠수함 발사체 등 새로운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다. 안보와 경제, 기술의 위기가 동시에 덮쳐오는 복합위기의 시대에,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은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인구 위기다. 출산율은 0.75명,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은 소멸하고 있다’는 외신의 비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인구절벽은 단순한 사회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구조적 재앙이다.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고령화는 복지와 재정의 부담을 폭발적으로 키우고 있다.
이 위기의 시대에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첫째, 교육의 대혁신이 필요하다.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정답을 잘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능력’, 즉 창의적 사고다. 각자의 잠재력과 개성을 존중하는 맞춤형 교육으로 전환해, 학생들이 기술을 단순히 사용하는 인간이 아니라 기술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업이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나친 규제와 반기업 정서를 거두고, 세제개혁과 노동개혁을 통해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생기고, 혁신이 일어나며, 국가 경쟁력이 유지된다. 정부는 간섭이 아니라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셋째, 인구 절벽을 막는 사회 시스템의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
출산과 육아, 교육, 주거, 일자리를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아이를 낳으면 불행해진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젊은 세대가 안심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국가가 든든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연금과 복지제도의 근본적인 재편을 통해 노년층 또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넷째, 국가 권력구조의 혁신이 절실하다.
AI 시대의 변화 속도는 과거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다양한 세대와 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할 수 있는 합의형 민주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열린 정치, 협력의 정치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이미 수많은 위기 속에서 기적을 일으켜 온 나라다.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산업화를 이루었고, 짧은 시간 안에 민주화와 정보화를 완수했다. 이제 AI 시대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도 우리 국민의 창의와 근면, 그리고 단합의 힘이 다시 한 번 그 저력을 보여줄 것이다.
AI가 지배하는 시대에도, 인간의 지혜와 의지는 여전히 역사의 주인이다. 우리가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을 통해 스스로를 새롭게 한다면,
AI 시대는 위기가 아니라 또 한 번의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새로운 문명 전환의 시대를 이끌어갈 혁신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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