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몽배 기고]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살아야 가치있는 삶 아니던가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조건이다. 그러나 그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내느냐는 각자의 선택이다. 많은 이들이 나이를 먹는 것을 ‘잃어버림’으로만 여긴다. 예전의 열정, 빛나던 외모, 넘쳐나던 에너지… 그것들이 사라졌다고 탄식한다. 마치 나이는 생명력을 갉아먹는 벌레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사라지는 것이 있다면, 동시에 더 깊어지는 것도 있다. 젊음의 불꽃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삶의 무게가 빚어낸 성숙이다. 날것 같던 생각이 차분히 가라앉아 깊이를 갖추고, 순간적인 열정보다 묵묵히 쌓여가는 내공이 인생의 색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 삶의 색깔은 오히려 뚜렷해지고, 지금의 내가 곧 완성된 나 자신이 되는 과정이 아닐까.

당나라 임제선사의 말씀처럼,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이라 했다. 머무는 곳마다 스스로 주인이 되면, 그 자리가 바로 진리의 자리가 된다. 환경과 조건이 내 뜻과 다르더라도, 그 순간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만이 삶의 주인이 된다. 결국 행복은 젊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내가 어떻게 주인으로 서느냐에 달려 있다.

인생은 결국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것이다. 세월을 두려워할 이유도, 잃어버린 것만 헤아릴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어디서 어떤 마음으로 서 있는가이다.

오늘 하루도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 선다. 세월이 흘러도 주인은 여전히 나 자신이며, 그 사실을 잊지 않을 때 비로소 삶은 힘차고 멋지게 완성되지 아니한가.


<박몽배 설우애 회장>


<저작권자(c) 조중동e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