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5% "북한도 하나의 국가"…통일 지지층서도 증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조사…남북통일 지지층 65%, '北 국가성'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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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선 태극기와 인공기 (파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다시 강조한 가운데 2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남측 대성동 마을 태극기와 북측 기정동 마을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2025.9.22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에 나란히 걸린 태극기와 인공기. 분단 80년을 향해 가는 지금, 남북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시선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북한의 선언 이후, 우리 국민 절반 이상이 북한을 대한민국과는 다른 '별개의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러한 현실론적 인식은 남북통일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가파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세대 간의 시각차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6일 발표한 **'2025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북한도 하나의 국가'라는 명제에 대해 **응답자의 54.5%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52.1%)와 2023년(49.9%)에 이어 꾸준히 상승한 수치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14.3%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연구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7월 21일부터 8월 17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8%포인트다.

'통일 지지층'의 역설…현실 인정 속 장기 해법 모색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정부의 최우선 대북정책 목표로 '남북통일'(응답률 13.8%)을 꼽은 응답자들의 인식 변화다.

이들 통일 지지층 내에서 북한을 별개 국가로 인정한 비율은 지난해 53.5%에서 올해 65.4%로 1년 만에 무려 11.9%포인트나 급증했다. 이는 통일이라는 민족적 당위성을 추구하면서도, 그 전제 조건으로 북한이라는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고 가야 한다는 현실주의적 사고가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특수관계'라는 모호한 틀을 넘어 국제법적 실체로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통일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은 "통일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며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동조하는 지지층의 정치적 결집 효과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도 하나의 국가'라는 인식 연도별 추이 - 북한의 '두 국가론' 선언 이후, 국민들의 현실 인식이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자료: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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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하나의 국가이다' 문항에 대한 연도별 응답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대교체와 북한의 태도 변화가 만든 '인식의 대전환'

이러한 인식 변화의 배경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와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분단과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20~30대에게 '우리는 하나'라는 민족적 동질성은 기성세대만큼 강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북한은 통일의 대상이기 이전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동시에 평화적으로 공존해야 할 '외국'에 가깝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로 **'남북 평화적 공존 및 한반도 평화정착'(61.3%)**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러한 세태를 반영한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북한 스스로가 '통일'을 지우고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것은 이러한 인식 변화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던 북한의 돌변은 '한민족'이라는 개념에 의존해 온 기존의 통일 담론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결국 이번 조사는 헌법(영토조항)과 현실(분단상황)의 괴리 속에서 우리 국민들이 '통일'이라는 당위성보다 '평화'라는 실용성을 선택하며 남북 관계를 재정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된다. 향후 정부의 대북 및 통일 정책 또한 이러한 국민적 인식의 대전환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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