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시 산업화 과정에서 금융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그 중심에 kdb산업은행이 있었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수십 년간 산업화와 구조조정, 그리고 국가적 위기관리의 최전선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정권과 여론의 변화에 따라 정책이 흔들리며, 세계적 메가뱅크로 도약할 수 있었던 기회는 번번이 좌절됐다.
kdb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산업근대화를 이루는데 역사적 역할을 다했다
kdb산업은행은 1954년 설립 이래 한국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뒷받침하며, 중화학 공업·조선·반도체 등 전략산업을 육성하는 데 핵심 자금을 공급했다. 또한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국가적 위기 때마다 구조조정의 선봉에 서며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했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kdb산업은행은 단순한 은행이 아니라 “국가 경제안보를 지탱하는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kdb산업은행의 민영화와 글로벌화의 좌절은 관치의 상징이었다
필자는 kdb산업은행 노조위원장으로 재직시 2008년, kdb산업은행을 민영화하여 세계적인 투자은행(CIB)으로 성장시키려는 시도를 하였다. 당시 kdb산업은행은 자산 건전성 지표인 BIS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글로벌 확장의 기초체력을 갖추고 있었다. kdb산업은행과 여러 금융기관을 통합해 1,000조 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메가뱅크’를 만들고, 해외 200여 개 거점에 진출해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던 구상이 그것이다. 이는 단순한 금융기관 확대가 아니라, 한국 경제를 세계 금융 질서의 중심축으로 올려놓으려는 전략적 비전이었다. 그러나 국내 노동계의 반발, 정권 교체, 여론의 왜곡된 프레임 속에서 민영화는 ‘재벌 특혜’ 혹은 ‘고용 불안’의 상징으로 매도되었다. 결국 2014년 CIB(민간투자은행)와 정책금융공사로의 분할 구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수천억 원의 정책비용과 사회적 갈등만 남긴 채 세계적 도약의 기회는 물거품이 되었다.
AI금융시대에 걸맞는 체질개선과 AI 기반 글로벌 투자금융의 첨병으로 나서야 한다
현재 kdb산업은행은 여전히 정책금융의 중추로 자리하고 있으나, 세계 금융시장에서 주도적 지위를 차지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선진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글로벌 M&A, 혁신기업 육성, 국제 채권·파생상품 시장을 지배하며 자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확장해왔다. 반면 kdb산업은행은 정치권력의 입김에 휘둘리며 구조조정 금융, 부실기업 지원에 집중하는 ‘소방수 역할’에 머물러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AI금융시대에는 한국 금융의 체질 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있다. 한국 경제가 제조업과 ICT 산업에 이어 금융에서도 세계적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kdb산업은행이 AI 기반 글로벌 투자금융의 첨병으로 나서야 한다. 이제는 위기를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AI금융의 선구자’로 도약해야 한다.
kdb산업은행의 바람직한 미래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정치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권과 여론에 따라 정책이 흔들리는 한,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둘째, 정책금융과 투자은행 기능의 이원화가 필요하다. 산업 구조조정과 국가전략산업 육성은 정책금융공사가 맡고, KDB는 글로벌 투자금융 역량을 강화하는 식의 역할 분담이 바람직하다.
셋째, 청년 인재의 글로벌 진출을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산업은행이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이를 발판 삼아 한국 청년들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미래는 준비된 자의 영광이다
kdb산업은행은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경제의 역사와 미래를 함께 짊어지고 있는 상징적 존재다. 한때 메가뱅크의 꿈은 좌절되었지만, 다시 그 비전을 복원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장기적 국가 전략이다. kdb산업은행이 진정한 의미의 ‘한국판 글로벌 금융 메카’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그 선택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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