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2년] "지금! 지금!" 종전 기대감에 '인질석방 촉구' 구름인파

가자전쟁 2년, '트럼프 평화안'에 종전 기대감 폭발…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안된다" 네타냐후 정부엔 싸늘한 민심… "하마스 무장해제 미지수" 신중론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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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광장 (텔아비브=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4일(현지시간) 텔아비브미술관 앞 '인질 광장'에 전쟁 만 2년을 맞아 인질 석방 촉구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2025.10.5

[서울=조중동e뉴스] 가자지구 전쟁 발발 2년을 사흘 앞둔 10월 4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인질 광장'은 희망과 분노로 가득 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 구상안을 하마스가 일부 수용했다는 소식에, 주최 측 추산 20만 명이 넘는 인파가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728일 넘게 억류된 47명 인질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이번 집회는 단순한 인질 석방 요구를 넘어, 평화 협상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과 강경 노선을 고수해 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명하게 드러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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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안 된다' 4일(현지시간) 텔아비브미술관 앞 '인질 광장' 수놓은 대형 플래카드. [이스라엘 인질·실종자가족포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 멈추지 말라"… 평화안에 쏠린 기대

집회의 동력은 단연 '트럼프 평화안'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발표한 20개 원칙의 평화안은 '즉각적인 전쟁 중단 및 이스라엘군 철수', '72시간 내 모든 인질 석방', '팔레스타인 수감자 대규모 석방' 등을 골자로 한다. 하마스가 이 중 인질 석방 및 가자지구 통치권 이양 등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자, 2년간의 교착 상태를 깰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스라엘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SNS를 통해 "이스라엘이 우리가 제안한 초기 철수 경계선에 동의했다"며 "하마스가 이를 승인하는 즉시 휴전이 발효될 것"이라고 밝혀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집회 현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쌍둥이 인질의 형인 리란 베르만 씨는 연단에 올라 "트럼프 대통령, 우리는 당신과 함께한다. 멈추지 말아 달라"고 외쳤고, 군중은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안 된다(It's now or never)"는 대형 플래카드를 펼치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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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일 시민이 트럼프 당신과 함께한다' (텔아비브=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4일(현지시간) 텔아비브미술관 앞 전쟁 만 2년을 맞아 인질 석방 촉구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2025.10.5

"네타냐후는 어디 있나"… 정부 향한 싸늘한 민심

반면, 자국 정부를 향한 여론은 싸늘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름이 거론되자 광장은 순식간에 야유로 뒤덮였다. 이는 '하마스 궤멸'을 최우선 목표로 내걸고 군사작전을 이어가며 인질 협상에는 소극적이었던 네타냐후 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사실상의 '불신임 투표'로 해석된다.

이스라엘 현지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뚜렷하다. 최근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시민의 66%가 모든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한 완전 철군 협상안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나, 네타냐후 정부의 강경 노선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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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 728일 14시간 42분 44초 (텔아비브=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4일(현지시간) 텔아비브미술관 앞 '인질 광장'에 설치된 시계. 2025.10.5

신중론과 남은 과제

하지만 폭발적인 기대감 속에서도 신중론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마스는 평화안의 일부를 수용했을 뿐, 핵심 조건인 '무장 해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텔아비브로 여행 온 유대인 섀런 씨는 "하마스가 무기를 버리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이 지난 2년간 무엇을 위해 전쟁을 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합의 이행에 대한 깊은 의구심을 드러냈다.

결국 트럼프 평화안이 최종 타결되기까지는 하마스의 완전한 비무장화와 전후 가자지구의 통치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번 대규모 집회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인질 석방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강력한 국내적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래 영상은 하마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안 일부를 수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의 작전을 중단하고 인질 석방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 현장의 긴박한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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