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중동e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 뇌물 수수 등 중범죄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추석을 앞두고 옥중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지지자들의 응원 덕분에 "긴 어두운 터널"을 버티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하지만 이 메시지 어디에서도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영부인이 구속된 사태의 엄중함이나, 본인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한 성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피해자' 자처하며 지지층에 보낸 메시지

김 여사의 메시지는 변호인인 유정화 변호사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유 변호사는 김 여사가 "여러분 편지와 응원이 아니었다면 이 긴 어두운 터널에서 버티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며 "추석 행복하게 잘 보내시라. 여러분을 위해 나도 늘 기도하겠다"는 말을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지지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을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피해자로 규정하고, 외부의 지지와 결집을 호소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깔렸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이는 사법적 판단을 앞둔 피의자가 취할 마땅한 자중의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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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화 변호사 페이스북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독립투사인가, 형사 피의자인가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여사의 '어두운 터널'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가 처한 상황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억울하게 옥고를 치르는 독립투사나 민주화 운동가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김 여사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받는 형사 피의자입니다.

자본시장법 위반: 2010년~2012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주가를 조작, 8억 1천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

정치자금법 위반: '정치 브로커'로부터 2억 7천만 원 상당의 불법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지원 청탁 대가로 고가의 명품 목걸이 등 8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

이처럼 국민적 공분을 사는 금융 범죄와 권력형 비리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자신의 상황을 '어두운 터널'에 비유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법의 심판을 정치적 탄압으로 포장하려는 의도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 필요한 것은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라, 자신이 왜 철창 안에 있는지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 9월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한 김 여사는, 법정 밖에서는 감성에 호소하는 여론전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려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은 그가 전하는 추석 인사가 아닌, 그가 마주한 범죄 혐의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합니다. 사법 절차에 성실히 임하며 혐의를 소명하는 것이야말로 전직 영부인으로서 국민 앞에 보일 최소한의 도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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