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중동e뉴스] 추석 연휴가 시작된 3일, 인천국제공항은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공항 측에 따르면 이날 출국객은 20만 명을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이상 증가했다. 역대 최대 수준의 명절 공항 인파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도심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은 평소보다 더 적막했다. 명절 특수를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의 얼굴에는 깊은 실망이 드리웠다.
서울 종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명절 대목을 기다렸는데 손님이 없다”며 “공항은 북적이지만 가게는 썰렁하다. 이게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반응 “조상덕 본 사람들은 해외여행”
이 같은 현상은 온라인에서도 화제가 됐다. 일부 네티즌은 “조상 덕 본 사람들은 해외여행 간다”라는 댓글을 달며, 연휴마다 벌어지는 소비 양극화를 꼬집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서민은 장바구니 물가에 허덕이고, 부유층은 유럽으로 떠난다”며 “명절이 오히려 계급 차이를 드러내는 시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소비 구조 변화와 내수 침체
전문가들은 이번 풍경이 단순한 ‘명절 현상’이 아니라 소비 구조 변화와 내수 침체를 동시에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코로나19 이후 억눌린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내수 시장은 고물가·고금리에 눌려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 연구위원은 “연휴 소비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국내 자영업자들이 이중고를 겪는다”며 “정부가 내수 회복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의 균형 필요”
정부는 관광 산업 육성을 내세우며 해외여행 자유화를 적극 지원해왔지만, 그만큼 국내 소상공인 보호책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명절처럼 내수 소비가 집중되는 시기에 공항만 북적이고 도심은 텅 빈 풍경이 반복된다면, 민생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해외여행 장려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전통시장·자영업자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며 “명절마다 자영업자들이 ‘기대보다 실망’만 안게 되는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절의 의미 되새겨야”
온라인에선 이번 현상을 두고 단순히 ‘여행 수요 폭발’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명절은 조상을 기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날인데, 이제는 부유층과 서민의 격차만 드러나는 날이 됐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결국 이번 추석은 공항의 활기와 도심의 침묵이라는 극명한 풍경의 대비 속에서, 한국 사회의 불평등한 소비 현실을 다시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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