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공연계] 세계서 통한 'K-뮤지컬'…대작·신작 '해외 노크'
정부 지원 확대에 창작 뮤지컬 활기 기대…연극계는 고전 재해석 '붐'
새해도 숨 가쁜 임윤찬·조성진…대형 오페라·발레도 '스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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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미국 토니상 작품상 등 6관왕 (서울=연합뉴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한국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ending)이 8일(현지시간) 미국의 연극·뮤지컬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토니상의 뮤지컬 작품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무대디자인상, 연출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공연. 2025.6.9 [NHN링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박원희 기자 = 올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하며 확인된 'K-공연'의 저력이 내년에도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뮤지컬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정부가 지원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국내 창작 뮤지컬계의 성장 모멘텀(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극장용 작품 제작이 늘고, 해외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연극계에서는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들이 속속 무대에 오르고, 클래식계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임윤찬과 조성진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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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휘영 문체부 장관 뮤지컬 현장 방문 (서울=연합뉴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홍익대학교아트센터 대극장을 방문해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을 관람한 뒤 출연진과 관계자를 만나 K-뮤지컬 진흥을 위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25.08.09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확' 늘어난 뮤지컬 지원 예산…대극장화·해외진출 활발
상반기에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24년 만에 재공연을 앞둔 '몽유도원'이다. 동양적 정서와 회화성을 강조한 작품으로, 공연제작사 에이콤이 대극장용 공연으로 제작해 1월 27일부터 2월 22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몽유도원'은 국내 공연을 마친 뒤 미국으로 무대를 옮긴다. 1997년 뮤지컬 '명성황후'를 선보인 뉴욕 링컨센터 데이비드 코크극장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국내 최대 뮤지컬 공공단체인 서울시뮤지컬단도 세종문화회관에서 2편의 창작 뮤지컬을 선보인다. 상반기에는 2024년 초연작 '더 트라이브'를, 하반기에는 올해 신작인 '크리스마스 캐럴'을 세종M씨어터 무대에 잇달아 올린다.
정부의 뮤지컬 지원 확대 기조도 모처럼 일어난 창작 뮤지컬 '붐'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정부의 뮤지컬 지원 예산은 244억원으로 올해 31억원보다 213억원이 늘었다.
뮤지컬 업계는 중소극장 위주로 공연되는 국내 창작 뮤지컬의 대극장 공연이 늘어나고,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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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몽유도원'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2의 어쩌면 해피엔딩'을 꿈꾸는 K-창작 뮤지컬의 해외 진출도 속속 가시화될 전망이다.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가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을 앞뒀고,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다이어리'와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 3편이 영국 웨스트엔드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정부의 뮤지컬 분야 지원금이 늘면서 내년에는 대극장 창작 뮤지컬이 활기를 띨 전망"이라며 "'어쩌면 해피엔딩'과 '위대한 개츠비'가 해외에서 이룬 성과 덕분에 많은 작품이 유럽과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로 활발히 수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외 대작 뮤지컬들도 한국 관객과의 만남을 앞뒀다. '이 시대 최고의 뮤지컬'이란 찬사를 받는 '빌리 엘리어트'가 4∼7월 서울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무대화한 '프로즌'이 8월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12월에는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 뮤지컬인 '오페라의 유령'과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뮤지컬 '시카고'가 각각 블루스퀘어와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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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바냐 삼촌'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고전은 영원하다"…체호프·셰익스피어 재해석한 연극 '러시'
연극 분야에서는 '고전의 재해석' 경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창작 작품들이 저조한 흥행 실적을 거두면서 작품성과 흥행력이 어느 정도 보장된 고전이 부각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국립극단과 LG아트센터가 안톤 체호프의 1899년 작 '바냐 아저씨'를 번안한 '반야 아재'와 '바냐 삼촌' 공연을 예고한 상태다. 권력의 허상과 사랑의 아픔을 통해 현대 사회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반야 아재'(5월 22∼31일)와 '바냐 삼촌'(5월 7∼31일)은 상연 일정이 겹쳐 두 작품을 비교하며 관람하는 것도 의미 있다.
셰익스피어 동명 희곡을 토대로 제작한 국립극장의 '좋으실 대로'도 5월 28∼31일 상연된다. 권력 다툼 속에서 숲으로 망명한 인물들이 자유와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주로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을 만들어 온 박지혜가 연출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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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하는 이준우 단장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이준우 서울시극단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26 세종문화회관 사업발표회'에서 프로그램 발표를 하고 있다. 2025.12.22 mjkang@yna.co.kr
해외에서 작품성이 검증된 연극들도 국내 무대에 속속 오른다.
세종문화회관은 영국 햄스테드 극장과 공동으로 연극 '말벌'(THE WASP)을 3∼4월 세종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2015년 영국에서 초연돼 화제가 된 작품으로, 연극 '노크하지 않는 집'을 연출한 연극배우 출신 이항나가 연출한다.
2023년 프랑스에서 초연해 호평받은 '빅 마더'도 3∼4월 세종M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빅데이터 시대의 여론 조작과 보이지 않는 정보 권력의 작동 방식을 다룬 작품으로, 서울시극단이 공연한다.
또 미술계 최대 스캔들로 꼽히는 '마크 로스코 위작 사건'을 모티브로 한 폴란드 연극 '로스코'가 11월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김건표 연극 평론가는 "고전을 좋아하는 연극 관객들이 대단히 많아지면서 실험적인 작품보다는 대중이 익히 아는 고전을 재해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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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 [롯데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임윤찬·조성진, 국내외서 '숨 가쁜 일정'…대작 오페라·발레 공연도
클래식 분야에서는 내년에도 한국 대표 피아니스트인 임윤찬과 조성진이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임윤찬은 새해 벽두부터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 정명훈과 호흡을 맞춘다. 정명훈의 지휘로 진행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1월 내한 공연에 협연자로 나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5월에는 서울과 대구에서 리사이틀을 열고, 6월에는 오스트리아 실내악단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와 모차르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11월엔 마린 알솝이 이끄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국내 일정이 없을 때는 미국과 프랑스, 홍콩,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을 돌며 해외 팬들을 만난다.
'또 한 명의 피아노 천재'인 조성진도 국내외를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상반기 미국과 유럽 투어를 마친 뒤 5월 귀국해 뮌헨 필하모닉 내한 공연에 협연자로 나선다. 7월에는 상주 음악가(in-house artist) 자격으로 두 차례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이상권 클래식 평론가는 "임윤찬과 조성진은 단순히 국제 무대에 진출한 연주자가 아니라, 그들이 선택하고 연주하는 레퍼토리 자체가 동시대 하나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지는 단계에 와 있다"며 "이는 한국 음악가가 단순한 기능적 숙련도를 넘어 예술적 담론을 생산하는 주체로 격상됐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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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심포니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런던=연합뉴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열린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LSO)와 협연에서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5.11.21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대작 오페라와 발레 공연도 내년 공연계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이 4월 성서 속 바빌로니아 왕국의 거대한 서사를 담은 작품인 '나부코'를 40년 만에 재공연한다. 치열한 왕위 쟁탈과 권력 다툼을 압도적인 무대 스케일로 보여줄 예정이다.
또 국립오페라단이 6월 국내 최초로 무대에 올리는 브리튼의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도 주목할 공연이다. 사회적 편견과 고립, 집단의 폭력성 등을 탐구한 작품으로, 20세기 최고의 오페라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발레 단체의 '쌍두마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대작 경쟁도 관심사다.
유니버설발레단은 1986년 초연한 대표작 '심청'을 선보인다. 창작 40주년을 맞아 안무와 연출, 무대와 의상 등을 보완해 5월 열리는 대한민국발레축제 무대에 올린다.
국립발레단은 11월 존 노이마이어의 대표작 '카멜리아 레이디'를 내놓는다. 쇼팽의 음악과 문학적 서사를 결합한 작품으로, 비극적 사랑을 섬세하고도 강렬하게 그려낸 드라마 발레의 걸작으로 꼽힌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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