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끝엔 새로운 시작"…다시 일어선 노숙인들의 희망가
구세군, 노숙인 수기집 '손을 잡으니 길이 되었다'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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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열린 노숙인 행복수기 공모전 시상식 [구세군 제공]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예전에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지만, 이제는 '오늘은 어떤 걸 해볼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땀 흘려 일한 대가로 급여를 받고, 작은 성취를 쌓을 때마다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다'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구세군 한국군국이 노숙인들의 자립 여정을 담은 수기집 '손을 잡으니 길이 되었다'(에디아)를 펴냈다. 구세군이 처음으로 실시한 노숙인 행복수기 공모전에서 수상한 21명의 글을 묶었다.

이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된 사연은 다양하다.

가정폭력에 시달려 집을 떠난 경우도 있고, 사업 실패나 투자 실패가 가족 해체로 이어지기도 했다. 질병이나 술·도박 중독으로 거리에 나앉은 이들도 있다.

삶의 의미를 잃고 절망에 빠져있던 이들은 노숙인 지원시설 등의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자립의 의지를 키웠다.

보증을 잘못 서 빚더미에 앉은 후 가족과도 헤어졌던 한재숙 씨는 아버지 묘지 옆에서 며칠을 노숙하다 이끌려간 노숙인 지원센터에서 "처음으로 '도움을 받아도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센터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자활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을 돌려받았다는 그는 과거의 자신처럼 절망 속에 있는 이들에게 "절망의 끝은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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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으로 퇴직한 후 한순간의 경제적인 판단 실수로 노숙인 신세가 된 송하성(가명) 씨는 노숙인 쉼터에 들어온 후 인문학 수업도 들으며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얻었다.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에도 참여한 그는 "봉사를 마치며 나도 냄비에 5천원을 넣었다. 비록 작은 금액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다시 '정상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다시 설 힘을 얻은 노숙인들은 자신들도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공모전 대상을 받은 박영신 씨는 "'손을 잡아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사람은 나락에서 올라올 수 있다'는 말을 믿기에, 나도 누군가의 손이 되어주고 싶다"고 썼다.

김병윤 구세군 한국군국 사령관은 "한 편 한 편의 이야기가 우리 모두에게 '누구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과 용기를 심어주길 바란다"며 "그 믿음이 실제 변화와 지원으로 이어져 소외가 아닌 포용이, 단절이 아닌 연결이 우리 사회의 기본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구세군은 브릿지종합지원센터, 은평의마을, 양평쉼터, 남대문쪽방상담소 등 총 10곳의 노숙인 복지시설을 운영하며 노숙인들의 자립과 사회 복귀를 돕고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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