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얼마남지 않은 12월 겨울의 초입,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거리에는 수많은 마음이 교차한다. 그중에서도 최근 들려온 어느 기부자의 사연은 우리 사회의 '나눔'이 단순한 물질의 전달을 넘어, 한 사람의 생애와 정신을 잇는 숭고한 의식임을 깨닫게 한다.
세상을 먼저 떠난 언니의 유지를 받들어 자선냄비를 찾은 기부자. 그가 내어놓은 기부금은 스스로 '소박하다' 표현했을지 모르나, 그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누군가의 마지막 바람을 기억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일은 남겨진 이가 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사랑의 고백이기 때문이다.
떠난 이는 돌아오지 않지만, 그가 남긴 선한 의지는 기부자의 손을 통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다. 이때의 기부는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언니의 삶을 이 세상에 계속해서 흐르게 하는 생명의 연결고리가 된다.
우리는 종종 기부의 가치를 금액의 단위로 측정하곤 한다. 하지만 자선냄비 안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숫자가 아닌 그 안에 담긴 '사연'이다.
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 그리고 그 그리움을 슬픔에만 가두지 않고 타인을 향한 자애로 승화시킨 기부자의 결단은 그 어떤 거액의 기부보다 묵직한 울림을 준다.
성경 속 '과부의 두 렙돈' 비유처럼, 자신의 마음을 다해 내어놓은 소박한 정성은 받는 이에게는 '나를 잊지 않은 누군가가 있다'는 생존의 용기로 전달된다. 이러한 기부자들의 행보는 각박해지는 현대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유산(Heritage)이란 단순히 물려받은 재산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정신적 지표라는 사실이다. 언니의 유지를 받든 기부자의 자선냄비 기부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이름으로 기억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어떻게 빛낼 것인가."
자선냄비의 빨간 통 안으로 들어간 것은 지폐 몇 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언니의 못다 한 사랑이었고, 동생의 애틋한 그리움이었으며,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따뜻한 온기였다.
언니의 고귀한 뜻이 담긴 그 소중한 정성이, 올겨울 가장 추운 곳에 닿아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는 기적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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