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제2의 IMF를 막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1997년 겨울, 대한민국은 국가 부도의 문턱에 섰다. 환율은 달러당 1,900원을 넘어 2,100원까지 치솟았고, 평생 모은 돈은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었다. 은행은 쓰러졌고, 기업은 줄도산했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사라졌고, 가장들은 명함을 찢으며 거리로 나앉았다.
그 시절의 고통은 단순한 숫자의 붕괴가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 신뢰의 붕괴, 그리고 국민 존엄의 붕괴였다.
당시 한국 경제의 상징이던 삼성전자마저 외국 자본에 넘어갈 뻔했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된다. 세계 금융자본은 위기의 국가를 기회로 삼는다. 약해진 국가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분할의 대상이 된다. IMF는 단지 국제기구가 아니라, 냉혹한 시장 논리의 다른 이름이었다.
지금, 우리는 그때와 다른가
28년이 흘렀다. 우리는 IMF를 “극복한 나라”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학습효과는 있었는가.
지금 한국 경제를 둘러싼 풍경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삼중고가 서서히 목을 조여 오고 있다. 재정은 적자로 치닫고, 정부는 빚을 내어 시장에 돈을 풀 수밖에 없는 구조에 갇혀 있다. 그러나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고, 금리를 올리면 가계와 기업은 숨이 막힌다. 이것이 바로 악순환의 시작이다.
자산은 안전한가, 착각은 아닌가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강남 아파트는 안전하다. 부동산과 금은 결국 오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위기의 본질은 자산 가격의 상승이 아니라, 통화 가치의 하락이다. 돈의 신뢰가 무너지면, 모든 자산은 왜곡된다. 가격이 오르는 것처럼 보여도, 실질 가치는 오히려 줄어든다. 그것은 부의 증가가 아니라, 화폐의 붕괴가 만들어낸 착시다.
달러와 엔화의 변동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언제나 약한 고리를 먼저 끊는다. 그리고 그 고리는 대개 내부 통제가 무너진 나라다.
경제는 숫자가 아니라, 국민의 삶이다
IMF의 진짜 상처는 통계에 남아 있지 않다. 그 상처는 자영업자의 폐업 통지서에, 청년의 포기한 꿈에, 노인의 무너진 노후에 남아 있다. 경제가 무너지면, 사회가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면, 국가는 껍데기만 남는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을 외면한 낙관은 더 위험하다. 1997년을 기억하는 세대에게 IMF는 트라우마다. 그러나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에게는 교과서 속 사건일 뿐이다. 국가는 기억하지 않는 순간, 같은 고통을 반복한다.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경제를 정치 구호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늘 ‘서서히’, ‘스며들듯’ 다가온다.
1997년의 겨울이 다시 오지 않게 하려면, 지금 이 순간부터 대비해야 한다. 나라가 골병들면, 그 대가는 언제나 국민이 치른다.
우리는 이미 한 번, 너무 비싼 수업료를 냈다. 두 번 다시 같은 시험을 겪을 이유는 없다. 미래는 준비된 자의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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