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배터리, 위기를 체질 개선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명제 아래 거세게 몰아치던 전기차 열풍이 최근 '일시적 수요정체(Chasm )'이라는 깊은 골짜기를 만났다.
보조금 축소, 충전 인프라 부족, 그리고 고금리에 따른 소비 위축까지 겹치며 낙관론은 신중론으로 변했다. 그러나 이 정체기는 끝이 아니라,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진검승부'의 시작이다.
우리 자동차와 배터리 업체들이 지금의 총성 없는 전쟁에서 절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캐즘'은 준비된 자 재정비 시간
수요가 주춤한 지금이 오히려 내실을 다질 최적기다. 그동안 양적 성장에 치중하느라 놓쳤던 품질 관리와 공정 효율화를 점검해야 한다. 특히 배터리 업계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차세대 게임 체인저인 '전고체 배터리' 등 초격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시장이 다시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누가 더 안전하고 저렴한 배터리를 즉시 공급할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 글로벌 무역 장벽은 우리 기업들에 위기이자 기회다. 특정 국가에 편중된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호주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중국 업체들의 서구권 진출이 제약을 받는 지금, 견고한 글로벌 공급망을 먼저 구축하는 기업만이 향후 시장 주도권을 독점할 수 있다.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을 단순한 방어가 아닌 공격적인 시장 확장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완성차 . 배터리의 '운명 공동체'
이제 자동차와 배터리는 별개의 산업이 아니다. 테슬라와 BYD의 사례에서 보듯, 수직 계열화를 통한 효율 극대화가 핵심 경쟁력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3사 간의 전략적 협력을 넘어선 '원팀(One Team)' 체제 구축이 시급하다.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차량 설계 단계부터 배터리 최적화를 이뤄내고,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Recycle) 시장까지 아우르는 순환경제 생태계를 먼저 선점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거대한 산업 전환기에는 늘 저항과 정체가 있었다. 하지만 그 골짜기를 가장 먼저 벗어난 주인공은 늘 위기 속에서 투자를 멈추지 않았던 이들이었다. 전기차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미래다. 당장의 판매 수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5년 뒤 10년 뒤의 시장을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지금의 '총성 없는 전쟁'은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안전하며, 가장 지능적인 이동 수단을 만드는 자가 승리하는 게임이다.
대한민국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는 선구자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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