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품의 아프리카인] ⒀케냐 청년, 스포츠 미디어 사업으로 미래 그린다
나숀 씨 스포츠 기자로 일하다 한국행…"월드컵 치른 인프라 배우고 싶었다"

서울대 스포츠 행정가 과정서 사업가 꿈 키워…"한국과 케냐 잇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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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케냐 출신 나숀 씨 [촬영 임경빈 인턴기자]

(서울=연합뉴스) 임경빈 인턴기자 = '육상 강국' 케냐에서 온 청년은 한국에서 스포츠 사업가로 성공할 날을 꿈꾼다.

기자로서 활동했던 경험에 더해 서울대의 스포츠 행정가 교육까지 수료하며 사업가가 되기 위한 길을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다.

나숀 오와노(33) 씨는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가진 콘텐츠 제작 능력과 스포츠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온라인에서 '오와노 스포츠'라는 스포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스포츠계 현안을 전달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수준이지만, 장차 선수 선발 및 관리 등으로 활동 분야를 확장할 계획이다.

사업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 투자유치 전담 조직인 '인베스트서울'이 운영하는 창업이민 인재 양성 프로그램(OASIS)에 참여하기도 했다.

나숀 씨는 창업을 선택한 이유로 "에너지가 넘치는 스포츠에는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힘이 있다"며 "그런데 자극적이지 않은 스포츠는 상대적으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 플랫폼을 통해 주류 미디어에서 다뤄지지 않은 스포츠와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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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강원소년체육대회'에 참여한 나숀 씨 [나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케냐 수도 나이로비 출신인 그는 어릴 때부터 방송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나숀 씨는 "집에서 뉴스를 볼 때마다 기자의 보도를 따라 하곤 했다"며 "삼촌이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준 캠코더 덕에 영상 제작에도 흥미를 가졌다"고 돌아봤다.

이후 나이로비에 있는 미국국제대학교(USIU) 케냐 분교에서 방송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레게 음악을 다루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해 교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를 지닌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레게 앨범을 수상한 그룹 모건 헤리티지(Morgan Heritage)가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케냐에서는 레게가 인기 장르인 만큼 관련 토크쇼를 기획해보자는 취지였다"라며 "입소문을 탄 덕에 다양한 아티스트와 유명인을 초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졸업 후 케냐의 미디어 스타트업에 취직해 스포츠 기자 및 편집자로 활동했다.

주로 축구 콘텐츠를 제작하며 가나 ABC뉴스 등 아프리카의 저명한 방송국 뉴스에 패널로 출연했다.

나숀 씨는 "입사 당시 신설됐던 스포츠부에 배정됐다"며 "원래 스포츠에 문외한이었지만, 업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점차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케냐는 남녀 마라톤 세계 기록을 모두 보유한 육상 강국으로 알려져 있다.

나숀 씨는 "사실 케냐는 축구·농구·럭비 등 구기종목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라며 "특히 럭비는 자국 내 프로 리그도 있을 만큼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올해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대회 '사파리 랠리 케냐'가 열리는 등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도 꾸준히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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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나이로비 국립공원의 사파리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는 스포츠 인프라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나숀 씨는 "한국은 2002 한국·일본 월드컵을 개최하며 경기장과 시설 등 스포츠 인프라를 키웠다"며 "한국이 어떻게 스포츠 관련 기반을 마련했고 투자했는지 배워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대 드림투게더마스터(DTM) 프로그램에 지원해 합격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문화체육관광부, 서울대와 함께 운영 중인 DTM은 개발도상국 스포츠 행정가를 양성하는 스포츠 국제개발협력 사업으로 2013년에 시작됐다.

2022년 한국에 온 나숀 씨는 오전에는 DTM 강의를, 오후에는 한국어 수업을 들었다.

그는 "커뮤니케이션 전략부터 시설 관리와 인사(HR), 경제학까지 스포츠 산업 생태계 전반의 구성 요소들을 배웠다"며 "한국의 스포츠 시설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밝혔다.

만족스러웠던 한국 생활이지만 문화 차이로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다.

나숀 씨는 "케냐는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길을 걷다 마주치면 인사를 건네는데 한국엔 그런 문화가 없어 낯설었다"며 "또 한식이 케냐 음식에 비해 매우 매워서 고생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졸업을 앞두고 한국스포츠과학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현장에서 스포츠 국제협력 업무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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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당시 위원장(오른쪽)과 만난 나숀 씨 [나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9월 열린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에서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행사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나숀 씨는 "릴스와 인터뷰 영상 등을 촬영하고 편집했다"며 "내 능력을 발휘한 콘텐츠로 한국에 아프리카를 알릴 수 있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사업가와 콘텐츠 제작자로서 한국과 케냐를 잇는 가교 역할이 그의 목표다.

나숀 씨는 "한국과 케냐 양국을 연계해 기관 협력과 선수 매니지먼트 사업을 운영하려 한다"며 "아직도 한국의 주류 미디어는 아프리카를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케냐와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콘텐츠도 꾸준히 만들어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imkb04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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