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결산] 역대급 산불·여객기 전소…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도
역대 최악 산불에 26명 숨지고 31명 중경상, 피해면적 9만9천㏊

극한호우로 28명 사망·실종, 강릉에선 24일간 가뭄 재난 사태

국정자원 화재로 49일간 시스템 복구, 전투기 오폭에 66명 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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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4일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을 지나는 서산영덕고속도로가 산불로 인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올해는 산불과 극한 호우 등 기후재난이 일상화됐다는 것을 실감한 한 해였다.

게다가 가슴을 써늘하게 했던 여객기 화재 사고가 터졌는가 하면 국가 전산망 마비로 온 국민을 불편하게 했던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가 이어졌다.

중대재해도 잇따랐고 초유의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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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지난 3월 24일 의성군 옥산면 전흥리에서 강풍을 타고 번진 산불이 민가를 덮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일상이 된 기후재난…역대급 산불·호우에 가뭄까지

지난 봄철 역대급 산불이 경북 지역을 덮쳤다.

3월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과 안계면 용기리 임야에서 시작한 불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고,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을 타고 번져갔다.

산불은 한때 세계문화유산인 안동하회마을 10㎞ 앞에까지 이르기도 했고, 경북북부교도소 수형자 3천500명이 타지역으로 이감되는 아찔한 상황까지 초래했다.

산불은 영양군과 영덕군 등 경북 북동부 5개 시·군까지 번지면서 이재민이 한때 2만3천여명에 달하기도 했다.

진화 과정에서 헬기가 추락해 40년 비행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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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1일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로 산기슭에 위치한 일대 마을이 최근 발생한 집중호우·산사태 여파로 매몰돼 있다.

일부 주택은 흙과 잔해 위에 눕혀지고, 일부는 완전히 매몰돼 지붕만 보이는 등 마을 기능이 마비된 모습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닷새만인 같은 달 27일 경북 북부 일대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불길이 잡히기 시작했고, 산림 당국은 다음 날인 28일 발화 149시간 만에 주불 진화를 선언했다.

26명이 숨지고 31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5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피해 면적은 9만9천289㏊에 달했다. 역대 최악의 산불로 불린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 면적의 4배 규모였다.

경북 산불은 건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함께 발생하며 피해를 키웠는데,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더는 보기 드문 상황이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름에는 극한 호우가 전국 곳곳을 강타했다.

쏟아졌다 하면 1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였다.

지난 7월 16∼20일 쏟아진 폭우로 전국에서 28명의 사망·실종자가 나오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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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7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용동3리 일대 마을이 폭우로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루 30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졌던 경남 산청에서는 산사태로 14명이 숨졌고, 경기도 가평에서는 일가족 4명 중 3명이 산사태로 목숨을 잃었다.

경기 오산에서는 가장교차로 수원 방향 고가도로의 10m높이 옹벽이 붕괴하면서 하부 도로를 지나던 승용차 40대 운전자가 숨졌다.

충남 예산 삽교읍 하포리에서는 제방이 유실돼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는 등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잇달았다.

반면 강원도 강릉은 가뭄에 시달렸다.

강릉지역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는 9월 12일 저수율이 11.5%까지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평년보다 적은 양의 비가 내려 땅이 바짝 마른 상황에서 역대급 더위까지 겹치면서 오봉저수지가 맨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다가 행정기관의 늑장 대처까지 겹치면서 결국 재난 사태가 선포됐다.

심리적인 저수율 마지노선인 두 자릿수 붕괴를 눈앞에 두고 내린 황금비 덕에 이 사태가 24일 만에 해제됐지만 "비가 오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던 행정당국은 '천수답 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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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가뭄에 농업용수 공급이 중단된 지난 9월 1일 강원 강릉시 한 대파밭에 심어진 파가 말라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여객기·국정자원서 대형 화재

설을 하루 앞둔 1월 28일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국제공항에서 홍콩으로 출발할 예정이던 에어부산 BX391편에서 불이 났다.

항공기는 모두 불에 탔지만, 승객과 승무원 176명은 큰 부상 없이 비상 탈출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좌석 오버헤드 빈(수하물 선반)에 승객이 둔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봤다.

이 불을 계기로 국토교통부가 '보조배터리 기내안전관리 보완대책' 시행에 나섰고, 항공사들도 보조 배터리 기내 반입 절차와 관리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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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9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소방당국, 공항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현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9월에는 대전 유성구 국정자원 전산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로 709개 정부 행정정보시스템이 먹통 됐다.

불은 22시간 만에 잡혔지만, 대구센터로 이전해 복구하는 시스템을 제외하고 대전센터에서 운영되던 693개 시스템이 복구되는 데는 화재 후 49일이나 걸렸다.

경찰 조사 결과 작업자들이 무정전·전원장치(UPS) 본체와 연결된 리튬이온 배터리 상당수의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가 불이 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 광주광역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도 큰불이 나 공장 일대가 짙은 연기로 뒤덮였다.

이에 따른 피해 접수는 무려 2만199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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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로 전산망 마비 사태가 나흘째 이어졌던 지난 9월 29일 서울의 한 구청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초유의 전투기 오폭 사고…붕괴 사고에 노동자 사망

초유의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도 있었다.

지난 3월 6일 오전 10시께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서 한미연합훈련 중 공군 전투기에서 발사된 폭탄 8발이 민가에 떨어졌다.

이 사고로 민간인 40명과 군인 26명 등 66명이 다쳤다. 또 건물 203동과 차량 16대 등 모두 219건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실시한 공대지 폭탄(MK-82) 투하 훈련 중 조종사들이 KF-16 2대의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한 데다가 좌표 재확인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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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7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반이 파손된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는 중대재해도 잇달았다.

11월 6일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에선 보일러 타워가 붕괴해 7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사고는 준공 후 44년이 지난 높이 63m, 가로 25m, 세로 15.5m의 노후 보일러 타워를 해체하기 위해 '사전 취약화 작업'(대형 구조물 철거 때 목표한 방향으로 쉽게 무너질 수 있도록 기둥과 철골 구조물 등을 미리 잘라놓는 것)을 하던 중 갑자기 보일러 타워가 무너지면서 일어났다.

이 사고가 채 잊히지 않은 이달 11일에는 광주광역시 광주대표도서관 건설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콘크리트 타설 중 여러 층에 걸쳐 연쇄 붕괴가 일어났고, 현장에 있던 근로자 97명 중 4명이 잔해에 매몰됐다가 숨진 상태로 수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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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6일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60m 높이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혜인 박건영 강태현 박정헌 나보배 권준우 김선형 심민규 김근주 김재홍 변지철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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