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시아 전운 최고조
태국과 캄보디아 간 국경 분쟁이 단순한 교전을 넘어 전투기까지 동원된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되면서, 동남아시아의 전운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난 7월 휴전이 무색하게 다시 불거진 이번 충돌은 단순한 영토 문제를 넘어선 복잡한 역내 갈등과 외교적 실패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위험성은 '공군력 투입'과 '민간 시설 타격'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전면전의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태국이 최신예 전투기 F-16 등을 동원하여 캄보디아 영내의 목표물(특히 카지노 등 민간 상업 시설로 위장된 군사 거점)을 공습한 것은 분쟁의 성격이 '국지전'에서 '전면전'으로 격상되었음을 의미한다. 공군력 사용은 인명 피해의 규모와 속도를 비약적으로 증대시키며, 상대방에게 물러설 수 없는 명분과 보복의 구실을 제공한다.
아누틴 찬비라쿤 태국 총리가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선언한 것은 외교적 해결 통로를 스스로 차단하고 강경 군사 노선을 선택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캄보디아 역시 강대강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며 확전 위험을 극대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분쟁은 표면적으로는 7월 소규모 충돌에 대한 보복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근원은 1904년 프랑스 식민 통치 시기에 확정되지 않은 모호한 국경선과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을 둘러싼 오랜 영토 분쟁에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경 분쟁은 양국 국민들의 민족주의적 감정을 격하게 자극한다. 특히 1962년 ICJ(유엔국제사법재판소)판결에도 불구하고 태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역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정치 지도자들이 '강경 대응'을 통해 국내 정치적 지지를 얻으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을 제공한다.
내부적으로 정치적 어려움을 겪는 지도부에게 국경 분쟁은 국민적 관심을 외부로 돌리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도구로 악용될 수도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동인이 존재하는 한, 임시 휴전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시한부 평화'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는 비단 태국과 캄보디아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남아시아의 포괄적인 안보 협력체인 ASEAN이 역내에서 발생하는 무력 분쟁을 효과적으로 중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아세안은 회원국 간의 '내정 불간섭 원칙'을 중시하기 때문에, 내부 분쟁 발생 시 강력하고 신속한 중재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다시 한번 노출했다. 회원국 간의 전면전은 아세안 공동체의 통합과 안보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요소다.
50만 명에 육박하는 피란민 발생은 인접국인 베트남, 라오스 등에게도 인도적, 안보적 부담을 가중시키며, 역내 긴장 완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을 정도다.
결론적으로, 태국과 캄보디아 분쟁은 19세기 식민주의의 유산, 뿌리 깊은 민족주의, 그리고 외교적 해결 능력 부재가 결합된 '동남아의 화약고'다.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휴전을 촉구하는 것을 넘어, UN 안보리와 ASEAN 차원의 강력하고 실질적인 중재 메커니즘 구축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충돌은 언제든 대규모 지역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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