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경제를 무너뜨리는 탐욕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가장 뼈아픈 현실 가운데 하나는 금융의 불평등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1~2%대였던 대출 금리는 이제 5%를 훌쩍 넘어섰다. 내 집 한 채를 지키고, 작은 가게 하나를 유지하기 위해 은행 문을 두드리는 순간, 서민과 중소상공인은 ‘생존 불가’에 가까운 이자 부담 앞에 서게 된다. 반면, 예금 금리는 턱없이 낮아, 은행은 사상 최대의 예대마진을 챙기며 ‘이익 잔치’를 벌였다. 특히 5대 시중은행 2025년 상반기 순이익은 14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하반기도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 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올해 중소기업 대출을 예년 평균의 40% 수준으로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그마저도 대부분 특수은행이 내준 대출이었다. 이에 따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의 몫이 되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방관은 물론, 때로는 묵인과 조장조차 의심케 한다. 금리 산정은 불투명하고, ‘시장 상황’이라는 모호한 설명만 반복된다. 대출 금리의 근거가 되는 조달금리, 가산금리, 리스크 프리미엄은 은행 내부의 ‘블랙박스’ 속에 감춰져 있다. 결국 금융소비자는 알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사실상 은행의 임의적 결정에 종속되는 구조가 굳어져 버렸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국내 주요 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이다. 50%, 심지어 80%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다. 이익은 배당으로 해외로 흘러가고, 국내 금융의 공공성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은행의 목표는 국민경제 안정이 아니라 주주 수익의 극대화로 기울었고, 그 결과 금융기관은 기업과 국민을 위한 지원보다 단기 이익을 좇는 탐욕의 사슬에 묶여 있다.

서민 금융은 사실상 실종 상태다.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은 고금리 대출에 내몰리고, 결국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으로 내몰려 더 큰 이자 늪에 빠진다. 금융이 국민경제의 ‘혈맥’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오히려 생존권을 위협하는 족쇄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다섯 가지 개혁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금리 상한제를 도입하고 산정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은행의 금리 책정이 ‘합리적 근거’ 위에 서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둘째, 서민 대상 저금리 상품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정부 보증을 통한 구조 마련과 함께 은행의 사회적 책무를 법률로 명문화해야 한다.

셋째, 외국인 지분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국가 경제 안정을 위해 전략적 금융기관만큼은 공공 지분율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한다.

넷째, 예대마진 초과이익의 사회 환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은행이 거둔 과도한 이자 이익을 사회공헌기금이나 서민 금융 지원에 의무적으로 출연토록 해야 한다.

다섯째, 대출 규제의 탄력성을 확보해야 한다. DSR·DTI 같은 획일적 잣대가 서민과 소상공인에게 과도한 족쇄가 되지 않도록 유연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금융은 결코 사적 이익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경제의 혈맥이며, 그 순환이 멈출 때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은행의 탐욕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서민과 중소상공인이 먼저 무너지고, 그 충격은 곧 사회 전체로 확산될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제 방관자의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제도 개혁만이 금융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릴 수 있다. 국민의 피 같은 돈을 담보로 한 폭리가 계속된다면,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정의의 붕괴다.

지금이야말로 그 탐욕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금융이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지아니한가.

발행인겸 필자 김명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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