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구금 송환'에…피싱 피해자 "이게 기쁜 소식이냐"
송환자 상당수 하부 조직원 추정…범죄수익은 '윗선'으로

요원한 피해 회복…"범죄단체 관련 기업 추징·몰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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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범죄조직 배후로 알려진 프린스그룹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박수현 기자 = "이들로 인해 수백, 수천 명의 피해자가 있는데…'구금된 자국민이 송환된다'는 소식이 우리 피해자들에게 기쁜 소식일까요?"

캄보디아 범죄단지 조직이 벌인 이른바 '부업 사기'로 1억4천800만원의 피해를 당하고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A(48)씨는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A씨는 "피해금은 전부 다 신용대출을 받은 돈이었고 금액이 너무 크다 보니 버는 돈보다 나가야 하는 대출금이 더 많다. 한 달에 380만원씩 갚는 개인회생을 하고 있다"라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그는 물건을 구매해 물류센터로 보내면 보수를 주겠다고 속이고 물품 대금, 출금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는 사기에 속았다. 캄보디아와 태국 등을 오가며 로맨스스캠, 보이스피싱, 노쇼 사기 등을 벌인 범죄조직의 소행이었다.

일부 조직원이 지난해 10월경 태국에서 검거돼 국내로 송환됐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은 피해 회복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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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이민청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남부지법에서는 이 조직의 팀장 B씨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범죄단체가입·활동,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B씨는 이달 1일 징역 40년을 구형받았다.

이 사건의 피해액은 155억5천111만원으로, 배상명령을 신청한 피해자는 359명에 이른다. 그러나 재판에서는 하부 조직원이었던 B씨가 이를 변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발언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약 5천만원의 피해를 본 C(35)씨는 "B씨의 결심공판에 피해자 30명이 왔는데 판사가 검사에게 '사람들이 가져갈 돈이 있겠냐'고 물으니 '재산이 없어서 사실상 불가능하다'더라"라고 했다.

C씨는 재판에 참석한 피해자들이 판사로부터 발언권을 받아 "팀장 역할을 했는데 돈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돈 없으니 못 준다고 하면 끝이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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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범죄단지 '태자단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송환된 캄보디아 구금 한국인들 상당수는 B씨와 같은 하부 조직원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급 이상 관리자는 캄보디아 당국에 붙잡히거나 추방 위기에 처하더라도 금전 등을 동원해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현지 경험자들의 증언이다.

범죄수익 상당수가 '윗선'인 중국계 조직으로 흘러 들어가는 만큼,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송환된 이들의 피싱 등 가해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금전 피해를 복구하는 것은 다소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수익 대부분을 가져가는 중국계 범죄자들, 조직의 주범이 잡히지 않는 이상 범죄수익을 환수해 피해자들이 배상받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라고 했다.

정부가 범죄조직 가담자 검거뿐만 아니라 범죄단체 관련 기업 등에 대한 제재를 통해 피해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기 피해를 경제 안보에 대한 침해라고 생각하고, 미국과 영국이 캄보디아 프린스 그룹을 제재했듯 범죄단체 관련 기업을 제재하고 범죄수익을 추징·몰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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