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손가락 하나로 세상이 요동친다.
요즘 사람들은 밥 먹기 전에는 “잘 먹겠습니다”보다 “사진 찍겠습니다”를 먼저 말한다. SNS에 올려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다. 한때는 친구 소식을 나누던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좋아요 장사판’이 되어버렸다.
SNS의 알고리즘은 우리의 마음보다 훨씬 똑똑하다. “이 사람은 자극적인 걸 좋아하네?” 하면 그 방향으로 무한 공급한다. 우리는 스스로 SNS를 한다고 믿지만, 실은 SNS가 우리에게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우리만 모른다.
Ⅱ. 좋아요의 덫, 클릭 한 번의 마술
SNS의 힘은 ‘확산’에 초점이 있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보너스!” “공유하면 포인트!”라는 문구에 우리는 마치 마법의 주문이라도 걸린 듯 클릭한다. 그 클릭 한 번이 광고주에겐 황금알이다.
요즘의 마케팅은 돈보다 사람의 손가락을 고용한다. 이용자도 모르는 사이 언제부터인가 기업의 홍보대사가 되어있다. 게임 참여, 상품 체험, 이벤트 공유 다 그럴듯하지만 결국 “공짜 좋아요의 유료 대가”이다.
Ⅲ. 생각을 멈추게 할 정도의 속도
SNS는 빠르다. 너무나 빨라서 생각이 따라가지 못한다. 웃긴 영상, 분노 유발 뉴스, 눈물 나는 사연이 한 타임에 섞인다. 감정이 채 정리되기도 전에 다음 자극이 온다.
이 속도전 속에서 우리는 점점 ‘생각보다 반응을 먼저 하는 인간’으로 변한다. 누군가가 슬프다 하면 ‘ㅠㅠ’, 화가 난다고 하면 ‘좋아요 취소’. 감정이 진심이 아니라 습관이 된다. 이쯤 되면 SNS는 감정의 놀이터가 아니라 감정의 컨베이어벨트다.
Ⅳ. 일본은 아이들 SNS 시간까지 법으로
SNS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일본은 아예 법으로 어린이 SNS 사용 시간을 제한했다. 초등학생은 하루 30분, 중·고등학생은 1시간. 이유는 간단하다. SNS가 집중력과 수면, 심지어 자존감까지 깎아 먹는다는 연구 결과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청소년 SNS 사용이 하루 3시간을 훌쩍 넘는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더 심하다. 회사 회의 중에도, 예배 중에도, 심지어 장례식장에서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린다. 슬픈 일이다. ‘좋아요’를 누르며 고인의 명복을 비는 세상이라니 어처구니없는 세상이다.
Ⅴ. SNS는 필요하다, 하지만 절제는 더 필요하다.
SNS의 순기능을 부정할 수는 없다. 실시간 소통, 재난 알림, 사회문제의 공론화 등 긍정적인 역할도 많다. 그러나 문제는 도구가 주인을 먹어 치우는 순간이다. 우리가 SNS를 사용해야 하는데, 요즘은 SNS가 우리를 사용한다. 정보가 아니라 광고를, 공감이 아니라 비교를 키운다. 결국 SNS는 사회적 연결망이 아니라 심리적 경쟁장이 되어 버렸다.
Ⅵ. ‘좋아요’보다 ‘생각해요’를
그렇다고 “이제 다 탈퇴하자!”라고 할 수도 없다. SNS는 이미 일상의 일부다. 그러나 적어도 하루 한 번은 물어봐야 한다. “지금 내가 올리는 글은 나의 생각인가, 아니면 ‘좋아요’를 위한 쇼인가?” 이 질문 하나면 SNS 중독의 절반은 막을 수 있다. ‘좋아요’보다 ‘생각해요’를 누를 수 있는 용기, 그게 진짜 지성이다.
Ⅶ. 웃으며 경계하라.
SNS는 현대인의 거울이다. 웃기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태도다. 손가락은 가볍지만, 생각은 심도 있게 하자. 웃으며 올리되, 울며 후회하지 말자. ‘좋아요’가 넘치는 세상에서 진짜 필요한 건 ‘좋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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