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괴롭힌 '독사'→포커 플레이어→국대 코치 최철한 9단
올 1월부터 바둑 국가대표 지도…"선수 때부터 코치 생각했다"
"직장인 같은 생활 의외로 잘 적응…좋은 스파링 상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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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산맥 대회 검토실에서 대국을 검토 중인 최철한 코치 [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2000년대 한국 바둑을 대표하는 프로기사 중 한 명이었던 최철한(40) 9단은 전성기 시절 별명이 '독사'였다.
항상 웃는 얼굴에 한없이 선한 심성을 지녔지만, 바둑만큼은 공격 일변도였다.
자그마한 빈틈이라도 보이면 독사처럼 상대 약점을 파고드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특히 모두 경외하던 '살아있는 레전드' 이창호 9단과 대국에서 매번 겁 없이 치열한 수법으로 끈질기게 괴롭혀 '독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응씨배와 국수전 타이틀을 이창호 상대로 따낸 최철한은 통산 상대 전적에서도 최초로 앞선 후배 기사였다.
최철한이 사실상 '이창호 시대'를 저물게 만든 주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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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창호 9단을 상대로 국수전 타이틀을 획득한 최철한(오른쪽) 9단. [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최철한도 가는 세월을 멈출 수는 없었다.
삼십대로 접어든 2010년대 중반 이후 조금씩 내리막을 걸은 최철한도 어느새 정상권에서 멀어졌다.
대국이 뜸하던 시기 최철한은 갑자기 새로운 도전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2019년 6월 최철한이 '포커 플레이어'로 데뷔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3년여 동안 바둑과 포커를 병행하던 최철한은 최근 다시 바둑계로 완전히 돌아왔다.
그리고 올 초부터는 국가대표 코치로 바둑 인생 후반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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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9단과 검토 중인 최철한 9단 [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일 전남 신안에서 끝난 제11회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에 국가대표 선수들을 이끌고 참가한 최철한 코치는 "선수 시절부터 바둑을 가르치는 지도자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나쁘지 않은 타이밍에 제안이 들어와서 코치를 맡게 됐다"고 밝혔다.
대국 말고는 자유로운 프로기사 생활을 하다가 매일 시간 맞춰 출퇴근해야 하는 코치 생활이 쉽지 않을 법도 하지만 "예상외로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직장인처럼 출퇴근하는 게 그리 힘들지는 않다"고 말했다.
훈련 방식에 대해선 "내 바둑 스타일이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초중반을 풀어가는 방법 등을 알려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예전부터 스포츠나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는 최철한 코치는 포커 플레이어로 활동했던 소감도 전했다.
"포커 게임도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내가 그 분야에서 톱클래스가 되는 것이 쉽지 않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그는 "어느 순간 다시 바둑이 더 재밌게 느껴져 완전히 접고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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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코치를 맡고 있는 최철한 9단 [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바둑계는 최철한의 전성기와 달리 인공지능(AI)이 주도하고 있다.
대다수 프로기사가 AI를 통해 배우고 공부한다.
코치 역시 AI를 활용해서 가르쳐야 한다.
최철한은 "젊은 기사들이 어렵게 느끼던 초중반을 AI를 통해 배우면서 더 많은 기회가 생긴 것 같다"며 "원성진이나 강동윤 등 연령대가 높지만, 후반이 강한 기사는 초중반을 AI를 통해 익힐 수 있기 때문에 선수 생명이 길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도자로서는 아직 초보이지만 최철한 코치는 "선수들과는 아직 친해지는 과정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최고의 연습 상대이자 최고의 스파링 코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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