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1:1로 접근, 거래내역까지 감시... 교묘한 통제로 '신뢰' 쌓기 '고급방' 초대 후 바람잡이 동원... "13억 준비했다" 허황된 수익률 미끼 결말은 '계좌깡통'과 리딩방 폭파... 작년 피해액만 7천억, 검거는 '하늘의 별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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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에서 이뤄진 해외 주식 리딩 대화 내용 [촬영 박수현]

[서울=조중동e뉴스=이영철 캄보디아 특파원]

"후회하지 마십시오. 하반기 가장 확실한 기회, 최소 60% 수익을 보장합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기자에게 접근한 해외 주식 리딩방 운영자 A씨의 말은 달콤했습니다. 그의 유혹에 넘어가 기자가 직접 카카오톡과 텔레그램으로 개설된 '해외 주식 리딩방'에 들어가 한 달간 그들의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치밀한 통제와 바람잡이를 동원한 심리전, 그리고 예고된 폭락으로 끝나는 사기 범죄의 전모는 한 편의 잘 짜인 각본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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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 1단계: 1:1 접촉과 철저한 통제

시작은 카카오톡 1:1 대화였습니다. A씨는 자신을 JP모건 등 유수의 금융사를 거친 전문가라 소개하며 은밀하게 접촉해왔습니다. 그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 300억 원대의 초소형 중국계 기업을 첫 종목으로 추천했습니다. 하루에도 20% 이상 등락을 반복하는 위험천만한 종목이었지만, 그는 "곧 수익이 난다"며 안심시켰습니다.

A씨의 통제는 집요하고 교묘했습니다. 매수·매도 가격을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지정해 지시했고, 거래를 마친 뒤에는 반드시 체결 내역 캡처 화면을 요구했습니다. 매수하지 않고 샀다고 거짓말을 하자, 마치 모든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즉시 지적해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철저한 관리 방식은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전문가로부터 밀착 관리를 받고 있다'는 착각과 신뢰를 심어주는 도구로 사용됐습니다.

## 2단계: '고급방' 초대와 바람잡이의 등장

기자가 열흘간 그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자, A씨는 "이제 고급 단톡방으로 초대하겠다"며 네이버 밴드와 텔레그램 링크를 건넸습니다. 이곳에서는 더욱 노골적인 사기 행각이 벌어졌습니다.

수십 명이 모인 대화방에서는 A씨의 추천에 "이번 거래를 위해 13억 원을 준비했다", "더 많은 시드머니를 넣겠다"며 수억 원대 투자금을 인증하는 '바람잡이'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A씨를 맹신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다른 참여자들의 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를 자극했습니다. 실제로 기자가 머무는 동안 A씨가 추천한 한 종목은 별다른 호재 없이 매수세가 몰리며 한 달 만에 40%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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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열풍 (PG) [박은주 제작] 일러스트

## 마지막 단계: 예고된 폭락과 '먹튀'

하지만 이 달콤한 수익률은 파멸을 위한 미끼에 불과합니다. 리딩방의 끝은 언제나 갑작스러운 주가 폭락과 운영자의 잠적으로 끝납니다. 지난 8월, 다른 리딩방의 추천으로 나스닥 상장사에 투자했던 C씨는 단 하루 만에 -78.74%의 손실을 보고 계좌가 녹아내렸습니다. 주가가 폭락하자마자 그가 있던 리딩방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기자가 추천받았던 종목 역시 지난 4월, 하루 만에 주가가 70% 이상 폭락했던 전력이 있는 '작전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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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방 (PG) [양온하 제작]

이러한 투자 리딩방 사기는 범죄 조직이 동남아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점조직으로 운영돼 검거가 극히 어렵습니다. 윤건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 리딩방 사기 피해액은 7,104억 원에 달했지만, 신종사기 **검거율은 55%**에 그칩니다. 총책 검거율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주식을 이용한 시세조종은 국내 기관의 추적과 검증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검증되지 않은 고수익 제안은 100% 사기라고 보고 처음부터 무시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라고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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