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전경


자본과 금융은 시대의 변화를 가장 먼저 포착하고 움직인다. 오늘날 금융의 패러다임은 AI(인공지능)라는 새로운 동력에 의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초고속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기반 리스크 관리, 초개인화된 금융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전통적 금융기관과 테크기업의 경계는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AI금융시대의 도래와 글로벌 경쟁

이미 월가와 런던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AI를 활용한 초단타매매, 딥러닝 기반 신용평가, 블록체인 결제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은 전통적 IB의 틀을 넘어 ‘테크금융기업’으로 진화 중이다. 이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국가·산업 단위의 리스크를 조기에 탐지하고, 글로벌 자본의 흐름을 선제적으로 주도한다.

반면 한국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보수적 규제와 정치적 간섭 속에 위기 대응형 정책금융에 치우쳐 있다. 특히 KDB는 구조조정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며 국가적 안전판 역할을 해왔지만, 미래지향적 금융혁신을 이끌어가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이는 한국 금융의 글로벌 위상 강화를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 아닐 수 없다.

KDB산업은행 노조위원장 시절의 필자


AI금융시대에 KDB가 감당해야 할 역할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AI 기반 정책금융 플랫폼을 구축하여야 한다. 국가전략산업과 혁신기업을 지원하는 정책금융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나 지원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여 기업의 성장 잠재력, 산업별 기술 파급효과, 글로벌 시장 전망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는 ‘관료적 심사’가 아닌 ‘데이터 기반 심사’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글로벌 AI투자은행으로의 도약하여야 한다. KDB는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탄탄한 자본력과 인재 풀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해외 금융 거점과 협력 네트워크를 AI 기술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국제 M&A,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 첨단 ICT 인프라 투자에서 AI를 접목하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셋째, 청년 금융인재의 글로벌 육성을 추진하여야 한다. AI금융은 단순히 자본의 문제가 아니라 인재의 경쟁이다. KDB는 AI와 금융을 융합할 수 있는 차세대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해외 현지 법인과 연계된 훈련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한국 청년들이 KDB를 통해 뉴욕, 런던, 홍콩, 싱가포르 금융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다면, 이는 곧 한국 금융의 국제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넷째, 정치로부터의 독립성과 AI시대에 걸맞는 장기전략과 비젼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독립성이다. KDB는 단순한 국책은행을 넘어 ‘국가 경제의 미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정권의 변화에 따라 흔들리는 구조조정 은행이 아니라, 장기적 국가 전략을 실행하는 금융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이 KDB를 단기적 이해관계의 도구로 활용하지 않고, 오히려 글로벌 경쟁을 위한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해야 한다.

꿈과 희망을 그리던 KDB산업은행 시절


AI금융시대는 위기이자 기회다

한국 경제가 제조업과 ICT 산업에 이어 금융에서도 세계적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KDB산업은행이 AI 기반 글로벌 투자금융의 첨병으로 나서야 한다. 산업은행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위기의 소방수’였다. 이제는 위기를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AI금융의 선구자’로 도약해야 한다.

메가뱅크의 꿈이 좌절된 역사를 되풀이할 것인가, 아니면 AI시대를 선도하는 세계적 금융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 그 선택은 지금 이 순간의 결단에 좌우될 것이다. 미래는 준비된 자의 영광이다.

발행인겸 필자 김명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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