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 '발효 늦추는' 기술로 미국 상륙...LA서 하루 만에 '완판' 행진 조선·롯데도 가세... "2030년 매출 1천억" 목표, 직영공장·해외거점 확대 K푸드 위상 높아지자 '프리미엄' 수요 폭발... 김치찌개 등 HMR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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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김치 [롯데호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조중동e뉴스=김혜빈 기자]호텔 셰프들의 손맛이 담긴 '프리미엄 김치'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인의 식탁을 공략하기 시작했습니다. K푸드의 높아진 위상을 등에 업고 호텔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김치'를 낙점,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 선두에 선 워커힐은 최근 미국 첫 수출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성공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 "이런 신선함은 처음"...美 교민 사로잡은 워커힐
7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지난달 '워커힐호텔 김치' 7톤을 미국에 처음으로 수출했습니다. 한인 거주 비율이 높은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서 진행한 사전 판매에서는 하루 만에 선적 물량의 절반이 소진됐고, 특히 총각김치는 판매 개시 직후 전량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2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특수 포장 기술이 있습니다. 이 기술은 김치의 자연 발효 속도를 획기적으로 늦춰, 장거리 운송에도 불구하고 마치 갓 담근 듯한 신선한 맛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도 "한국에서 온 김치가 이렇게 덜 익어 도착한 것은 처음"이라는 놀라운 반응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워커힐은 이달 2차 물량 선적을 시작으로 미주 전역은 물론 멕시코, 캐나다, 동남아로 수출국을 다변화할 계획입니다.
호텔업계에서 가장 먼저 김치 사업(1989년)에 뛰어든 워커힐은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72% 급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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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힐호텔 김치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매출 1천억' 목표...조선·롯데의 야심찬 추격
워커힐의 성공에 다른 특급호텔들도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030년까지 '조선호텔 김치' 매출 1,000억 원 달성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공식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내년 1월에는 직영 공장을 확장 이전하며 생산 능력을 대폭 끌어올릴 예정입니다. 조선호텔 김치는 이미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꾸준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프리미엄 김치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후발주자인 롯데호텔앤리조트의 전략은 '거점' 활용입니다. 내년부터 일본, 베트남, 미국 등 자사 호텔이 진출해 있는 6개국을 중심으로 김치 수출을 시작합니다. 호텔 브랜드를 통해 쌓은 신뢰도와 고급 이미지를 김치에 접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입니다. 최근에는 '롯데호텔 김치찌개' 등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출시하고 볶음김치, 김치찜으로 라인업을 확대하며 사업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 K푸드 열풍 속 '프리미엄화' 전략 적중
이처럼 호텔들이 김치 사업에 열을 올리는 것은 K콘텐츠의 유행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이제 외국인들도 김치의 맛과 종류를 구별할 줄 알게 되면서, 공장식 김치보다 셰프의 레시피와 정성이 담긴 '프리미엄 김치'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 이름이 주는 청결하고 세심한 이미지가 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단순한 반찬을 넘어 한국의 식문화를 대표하는 고급 식품으로서 호텔 김치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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