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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조중동e뉴스=김민수 기자] 가자지구 전쟁 발발 2년을 사흘 앞둔 4일(현지시간) 저녁,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인질 광장'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인질들의 귀환을 염원하는 20만여 명(주최 측 추산)의 인파로 가득 찼다.

최대 명절인 로시하샤나와 욤키푸르를 막 끝낸 시민들은 텔아비브 미술관 앞에 모여들어 "지금 당장!(아크샤브!)", "모두를!(에트 쿨람!)"이라고 외치며 728일 넘게 멈춰있는 인질들의 석방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이날 집회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 구상안을 하마스가 일부 수용하면서 종전 및 인질 석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열려 그 열기가 유독 뜨거웠다. 군중 위로는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안 된다(It's now or never)'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펼쳐지며 협상 타결에 대한 절박함을 드러냈다.

무대에 오른 인질 가족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멈추지 말아 달라"며 협상 중재 노력을 계속해 줄 것을 호소했고, 일부 참가자들은 "이스라엘 시민이 당신과 함께한다"는 피켓을 들기도 했다.

반면, 강경한 군사 작전을 고수하며 협상에 소극적이었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연설 중 네타냐후 총리의 이름이 거론되자 광장 곳곳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오며 현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을 보여주었다.

가족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인질 중에 직접 아는 사람은 없지만, 우리 모두가 연결된 이웃"이라며 "하루빨리 모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하마스가 진정으로 평화안을 이행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했다. 한 참가자는 "하마스가 무장 해제를 거부한다면 지난 2년간의 전쟁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쟁의 상흔과 불신 속에서도, 이날 인질 광장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의 촛불과 함성은 '평화'와 '일상으로의 복귀'를 향한 이스라엘 국민의 간절한 염원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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