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들 도와라" 교황, 신자들에 거듭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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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미사 후 포프모빌을 타고 순례자들과 인사하는 교황 [AP 연합뉴스]

[로마=조중동e뉴스=김민수 특파원] 레오 14세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을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한 지 며칠 만에, 다시 한번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향해 이주민들을 따뜻하게 환영하고 도울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교황은 5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이주민과 선교사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며, 폭력과 가난을 피해 고향을 등진 이들을 "차가운 무관심이나 차별의 낙인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톨릭 희년을 맞아 수천 명의 순례자가 모인 가운데, 교황은 강론을 통해 "오늘날 교회는 새로운 선교의 시대에 놓여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서방의 오랜 기독교 공동체에 남방에서 온 형제자매들이 나타난 것은 교회를 새롭게 할 교류의 기회"라며 "우리의 팔과 마음을 열어 그들을 환영하고, 위로와 희망이 되어주자"고 당부했다.

이번 미사는 교황이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이례적으로 날 선 비판을 쏟아낸 직후 열려 더욱 주목받았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에 비해 온건한 성향으로 평가받던 레오 14세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해 "비인간적(inhuman)"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발언은 미국 시카고 대교구가 이민 문제에 기여한 공로로 딕 더빈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평생 공로상'을 수여하려다 그의 낙태 찬성 이력 때문에 논란이 된 것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교황은 "낙태에 반대하면서 미국 내 이민자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에 찬성하는 사람이 과연 생명을 존중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직격하며, 생명 존중의 가치는 태아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는 이주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함을 분명히 했다.

교황의 연이은 강경 발언은 전임자와 달리 미국 정치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기존의 기조에서 벗어난 것으로, 국제 사회의 이주민 문제와 인권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교황의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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